[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229>卷四. 흙먼지 말아 일으키며

  • 입력 2004년 8월 12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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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박순철
그림 박순철
대쪽을 쪼개듯(14)

“어두운 밤중에 어찌 적장의 말 한마디만 믿고 성안으로 대군을 몰아넣는단 말이오? 저들 목이 정말로 조분과 내사 보의 것인지 알아본 뒤에 성안으로 들어가도 늦지 않을 것이오.”

한왕이 그래도 걱정되는 듯 그렇게 한신을 일깨웠다. 한신이 마지못해 조분과 내사 보의 얼굴을 아는 군사들을 불러 여마동이 던진 목들을 보였다. 둘 모두 여마동의 말 대로였다.

“대장군은 어떻게 성안에 여마동이 있으며, 또 그가 조분과 내사 보를 죽이고 항복할 줄 알았소?”

나중에 함양 성안으로 든 뒤 한왕이 은근히 감탄하는 눈길로 한신을 보며 물었다. 한신이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성안에 여마동이 있는 것은 몰랐으나 이 같은 변고가 있을 줄은 짐작하였습니다. 항왕은 의심이 많아 삼진(三秦)을 옹왕 새왕 적왕에게 나누어 맡기면서도 따로 초나라 출신인 장수를 남겨 그들을 감시하게 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함양은 그대로 머물러 도읍 삼으라고 권한 한생(韓生)을 삶아 죽인 뒤로 항왕도 중히 여겨 특히 믿는 장수를 남겼으리라 여겼습니다. 이는 한 몸에 두 머리를 달아놓은 꼴이니 위급을 당해 어찌 온당하게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어찌 옹왕의 장수인 조분과 내사 보는 죽기로 싸우고, 항왕이 남긴 장수는 항복을 했소?”

“조분이나 내사 보는 항복을 가장 욕되게 생각하는 진나라의 가르침 아래 자란 사람들이면서도 이미 한번 항왕에게 항복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다시 대왕께 항복하여 욕스러움을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거기다가 함양은 고향땅이나 진배없는데, 겨우 항왕에게 얻어둔 것을 대왕께 항복하여 또다시 잃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에 비해 여마동은 초나라 장수로 이 땅에 매달려야 할 연고도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항왕과 마찬가지로 같은 초나라 장수였던 대왕을 아직은 그리 멀게 여기지 않을 터이니 목숨 걸고 함양성을 지켜야 할 까닭이 없지 않습니까?”

한신의 그 같은 말에 비로소 한왕은 머리를 끄덕였다.

함양을 떨어뜨린 한왕과 한신은 다시 대군을 이끌고 폐구(廢丘)로 갔다. 역상((력,역)商)과 주가(周苛)는 그때까지도 탈 없이 옹왕 장함을 폐구 성안에 가둬놓고 있었다.

역상과 주가가 이끌고 있던 2만에다 대장군 한신이 이끈 5만 장졸이 보태지자 폐구성 밖은 온통 한군(漢軍)으로 뒤덮였다. 대군을 들어 성을 치기 전에 한신이 한왕에게 말하였다.

“성을 치는 데 반드시 이 많은 대군이 모두 쓰이지는 않습니다. 역상과 주가는 그 동안 이 폐구성을 에워싸고 있었으니, 이번에는 그들을 보내 아직도 다 거두어들이지 못한 옹 서북(西北)의 땅을 마저 거두어들이게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폐구성을 우려 빼는 데는 우리가 이끌고 온 5만으로도 넉넉합니다.”

“정히 대장군의 뜻이 그러하다면 뜻대로 하시오.”

한왕이 다시 모든 걸 한신에게 맡겼다. 그러자 한신은 한왕이 해야 할 바를 일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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