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한국 언론의 사회사’…광복이후 언론의 자화상

  • 입력 2004년 7월 23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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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의 사회사 상, 하/김영호 지음/1258쪽 각 2만4000원 지식산업사

광복 후부터 김대중 정부까지 한국 사회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보도해온 언론의 활동을 꼼꼼하고 객관적으로 기술한 노작(勞作)이다. 부제 그대로 ‘영광과 오욕으로 얼룩진 우리 현대 언론의 자화상’을 기술체로, 때로는 대화체로 생생하게 그려냈다.

저자는 전북일보와 산업경제신문 논설위원을 거쳐 한국경제일보 편집국장, 신약신보 발행인을 지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청와대와 여당의 적대적 언론관 때문인지 역대 대통령들의 기자회견 방식을 기술해놓은 대목이 눈길을 끈다.

미국 유학파인 이승만 대통령은 정부수립 초창기만 해도 매주 금요일 중앙청이나 경무대에서 정례 기자회견을 갖는 등 적극적으로 국정홍보에 나섰다. 대통령과 기자들 좌석의 높이를 같도록 배려하고 자신은 중앙에 앉고 좌우로 삼삼오오 앉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즉석에서 답했다. 다른 대통령들과 달리 기자들의 질문을 사전에 제출하도록 하지도 않았다. 프란체스카 여사가 손수 끓인 차와 과자가 나오고 탁자 위에는 담배가 놓여 있었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은 6·25전쟁 이후 차츰 쓴소리에 거부반응을 보이며 기자 기피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끔 “지금 저쪽에서 질문을 한 기자가 어느 신문사 소속인지 알아둬” 하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기자회견은 점차 사라졌고 대통령은 민심과 멀어져 갔다.

박정희 대통령이 18년5개월간 집권하는 동안 기자회견은 50회가 넘지 않았다. 그나마 공식 기자회견은 1년에 1번꼴이었다. 전두환 대통령 역시 기자회견을 극도로 억제했고 ‘보도지침’을 내려 가혹한 언론탄압을 했다.

저자는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이 언론의 힘을 믿고 그 힘을 바탕으로 대권까지 거머쥐었지만 언론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은 역대 대통령들과 다르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높은 연단 위에서 아래쪽의 수만 군중을 향해 연설하는 카리스마형 전달수단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개인적 평가를 자제해온 저자는 대통령의 기자회견 방식을 서술한 저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례적으로 일침을 놓았다.

“독재자인 박정희 대통령도 기자회견만큼은 한두 달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했다. 최고 권력자의 말 한 마디조차 무과오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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