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 집 장만에 ‘바가지’ 씌워서야

  • 입력 2004년 6월 11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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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가를 담합한 건설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 업체는 경기 용인시 동백-죽전지구에 아파트 1만1000여 가구를 공급하면서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인근 시세보다 높게 분양가를 정했다고 한다. 그런 줄도 모르고 비싸게 집을 산 소비자들로서는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적발된 업체들 중 상당수는 담합한 적이 없다고 항변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정위가 확보한 적발업체들의 회의록에는 ‘합의사항’, ‘분양가 가이드라인 협의’, ‘작은 평형 평당가격 공동 형성’ 등의 문구가 버젓이 등장한다. 이것이 분양가를 담합한 흔적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란 말인가.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들이 어떤 방법으로도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합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급자가 경쟁을 하지 않기 위해 가격을 담합하면 시장경제의 이점(利點)이 사라지고 소비자가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다수 서민이 안 먹고 안 입으면서 모은 돈으로 일생에 단 한 번 구입하는 집에 담합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적발된 업체들은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목소리도 이런 그릇된 행태가 있기에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분양원가 공개는 시장원리에 어긋난다. 그러나 담합은 훨씬 더 반(反)시장적이다. 기업들이 가격까지 서로 짜고 조작하는 경제는 시장경제가 아니다.

정부는 원가공개를 둘러싼 비생산적인 논란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담합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적발된 업체 주장대로 동시분양을 할 때는 분양가를 논의하는 게 관행이라면 담합이 동백-죽전지구에 한정된 사례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분양가 이상급등 지역을 중심으로 담합조사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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