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살인자의 건강법’…60년만에 드러나는 비밀

  • 입력 2004년 6월 11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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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이후 한 편씩 꾸준히 작품을 써내고 있는 아멜리 노통. 속도감 있게 읽히는 그의 데뷔작 '살인자의 건강법' 은 120시간 만에 완성된 작품이다. 사진제공 문학세계사
1992년 이후 한 편씩 꾸준히 작품을 써내고 있는 아멜리 노통. 속도감 있게 읽히는 그의 데뷔작 '살인자의 건강법' 은 120시간 만에 완성된 작품이다. 사진제공 문학세계사
프랑스의 인기 작가 아멜리 노통(37)의 데뷔작인 ‘살인자의 건강법’이 출간됐다. 노통이 25세 때인 1992년에 쓴 장편이다. ‘적의 화장법’ 등 최근 노통의 다른 소설들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며 고정 독자층을 형성하자 이에 힘입어 데뷔작이 나오게 된 것.

죽음을 두 달 앞둔 80줄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프레텍스타 타슈는 극소수의 기자들에게 마지막 인터뷰 기회를 주기로 한다. 괴팍한 대문호와의 입씨름 끝에 네 명의 얼치기 남자 문학기자는 차례로 작가에게 쫓겨나 인터뷰에 실패한다. 여기까지가 소설의 전반부다. 뒤의 절반은 서른 살의 여기자가 등장해 대문호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벌이는 설전으로 이루어진다. 이 여기자는 대문호의 소설 22권을 모두 섭렵한 뒤 그의 미완성 소설인 ‘살인자의 건강법’의 내용을 토대로 60여년 전 살인 사건의 비밀을 캐나간다.

‘살인자의 건강법’은 한마디로 ‘말이 많은 작품’이다. 도입부를 제외하고는 소설의 거의 대부분이 인터뷰 형식을 빌린 대화체로 구성돼 있다. 비음 섞인 발음을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말 많은 (지루한) 프랑스 영화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고? 그렇지 않다. 심리 묘사를 생략하고 재치 있는 대사로만 이어지는 빠른 이야기 전개는 젊은 독자들의 감각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을 듣는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요? 혹시 프로이트처럼 말실수에 집착하는 거요? 정말 가관이군.”

“전 원래 프로이트의 이론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일 분 전부터 믿기 시작했답니다.”

“난 원래 말 고문의 효율성을 믿지 않았소. 그런데 몇 분 전부터 믿기 시작했다오.”

소설이 살인사건의 비밀에 가까워질수록 대사는 더욱 불꽃이 튄다.

“손이란 건 작가에게 있어서 쾌감의 중추지.”

“손이란 건 교살자에 있어서 쾌감의 중추죠.”

“교살은 사실 아주 기분 좋은 살인 방법이지.”

“교살하는 사람 입장에서요, 교살당하는 사람 입장에서요?”

프랑스에서 노통의 인기는 이미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노통은 데뷔 후 매년 한 편씩 신작을 발표해 왔는데 지난해 내놓은 ‘앙테크리스타’가 60만부 이상 팔렸으며 이전 작품들 역시 출간과 함께 수십만부씩 팔렸다.

‘살인자의 건강법’은 1999년에, 노통의 또 다른 소설인 ‘두려움과 떨림’은 지난해에 각각 영화화되기도 했다.

▼아멜리 노통 소설 2권 국내출간 러시▼

아멜리 노통의 소설이 출간 붐을 이루고 있다.

데뷔작인 ‘살인자의 건강법’을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5권의 작품이 두어 달 간격으로 번역된다.

올가을 출간 예정으로 현재 번역 중인 작품은 지난해 프랑스에서 출간된 노통의 최신작 ‘앙테크리스타’(문학세계사)와 1994년 작인 ‘불쏘시개’(열린책들). 98년 작인 ‘사자(使者)’와 97년 발표한 ‘암살’도 내년 초 출간을 목표로 열린책들에서 준비 중이다. 이로써 이미 국내에 소개된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 ‘두려움과 떨림’ 등 7권을 포함해 지금까지 발표된 노통의 소설 12권이 모두 국내에서 출간되는 셈이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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