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입찰제-원가연동제 시행]중소-대형 가격차 더 벌어질듯

  • 입력 2004년 6월 2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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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1일 공공택지 개발 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택지에서 분양되는 아파트 가운데 전용면적 25.7평 초과 아파트에 대해서는 채권입찰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25.7평 이하 아파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됐으나 원가연동제 도입으로 사실상 굳어진 상태다.

채권입찰제와 원가연동제는 이번에 처음 실시되는 제도가 아니라 과거에 이미 실시된 적이 있다. 특히 원가연동제는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는 것으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1999년 공식 폐지됐던 제도다.

원가연동제와 채권입찰제 도입으로 주택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알아본다.

▽중소형 아파트 가격 얼마나 떨어지나=열린우리당의 홍재형(洪在馨) 정책위의장은 “원가연동제를 실시하면 분양가를 수도권의 경우 평당 200만원까지 떨어뜨려 30% 정도의 아파트 가격 인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도에서 새로 분양되는 30평형의 아파트 최근 시세는 1억4000만∼1억5000만원 수준. 앞으로 원가연동제가 도입되면 이 가격이 거의 1억원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반면 서울시에서는 원가연동제의 직접적인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가연동제가 공공택지에서 지어지는 아파트에만 적용되는데 서울에는 새로 개발될 공공택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체 주택 가운데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의 비율은 36% 정도다. 공공택지에는 주택수의 60% 이상을 25.7평 이하로 짓도록 돼 있다.

▽대형 아파트 가격 상승은 불가피=전용면적 25.7평 초과 아파트에 적용되는 채권입찰제로 대형 아파트의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분양 시점의 시장 상황이나 입지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건설업체들은 공공택지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는 것이 위험이 적기 때문에 택지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채권을 높게 쓸 가능성이 높다.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높아진 채권금액만큼 소비자에게 전가하게 돼 최종 분양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채권입찰제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 건설사들은 참여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며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들이 결국 분양가 인상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점은 없나=전문가들은 공공택지에서 분양되는 25.7평 이하 주택의 청약과열을 우려했다.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분양받는다면 당첨 즉시 시세와의 차액만큼 웃돈(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들은 실제 건축비에 미치지 못하는 표준건축비로 건축하면 수익성이 낮아져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원가연동제 적용을 받는 아파트의 품질 저하도 예상된다. 최근 분양되는 아파트 건축비는 평당 300만원 안팎. 하지만 정부가 예상하는 표준건축비는 2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입주민들이 입주 전 수천만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다시 하는 등 자원을 낭비한 과거의 경험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원가연동제가 실시되면 이를 적용받는 아파트와 일반 민간 아파트는 정부미와 일반미처럼 품질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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