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같은 師弟 ‘想思酒’ 연출 최형인-배우 임유영씨

  • 입력 2004년 6월 1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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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이 애물단지야!”

“아이, 선생님. 극단에 애물단지가 뭐 한둘인가요?”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대표, 부대표를 각각 맡고 있는 최형인 교수(55·한양대 연극영화학과)와 배우 임유영씨(36)는 사제지간이지만 20년 가까이 함께 연극을 해온 때문인지 마치 모녀처럼 다정해 보였다. 두 사람은 요즘 서울 대학로 한양레퍼토리 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상사주(想思酒)’에 연출자와 배우로 참여하고 있다.

‘상사주’는 ‘에쿠우스’로 유명한 영국의 극작가 피터 셰퍼의 코미디극. 원작의 주요 배경인 ‘퍼스티안 하우스’를 논개가 목숨을 바친 진주 ‘촉석루’로 바꾸는 등 우리 정서에 맞게 개작했다. 임씨는 논개, 낙랑공주, 스코틀랜드의 메리여왕 등 역사적 인물을 풍부한 상상력을 갖고 연기를 곁들여 설명해 주는 관광가이드 역을 맡아 관객들로부터 폭발적인 웃음을 이끌어낸다.

설경구 권해효 박광정 유오성 이문식씨 등을 배출한 극단 한양레퍼토리는 배우들이 중심이 된 극단으로 유명하다. 뉴욕대에서 연기를 전공한 최 교수도 ‘봉숭아 꽃물’(92년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 수상)과 ‘러브레터’에 출연한 배우 출신이며, ‘상사주’도 연기력 있는 여배우 2명이 극을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1992년 출범한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창단 멤버인 임씨는 ‘한여름 밤의 꿈’ ‘맨발로 공원을’ ‘러브레터’ ‘매직타임’ 등에서 주연으로 활동하며 한동안 주목받던 배우였다. 그러나 1997년 연극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교통사고로 얼굴을 크게 다쳐 5차례 이상 재건 수술을 받는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임씨는 늘 병원을 찾아와 “이건 끝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고 격려하던 최 교수의 성원에 힘입어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임씨는 “선생님은 항상 배우들에게 명확하고 분명하게 말씀해 주시는 카리스마 넘치는 여장부이면서도 배우들을 기다려 줄 줄 아는 연출가”라며 “내가 90년에 졸업한 뒤 잠시 학원에서 영어교사로 일할 때 ‘네가 영문과 나온 것도 아닌데 도대체 뭐하는 거냐’고 호통 쳤던 말씀이 내 인생을 이렇게 이끌었다”고 회고했다.

최 교수는 지난해 12월 대학로에 전용극장을 개관한 뒤 ‘트루 웨스트’ ‘러브레터’ ‘상사주’ 등 극단의 대표작을 일년 내내 올리기 위해 강행군하고 있다. 그는 “요즘처럼 복사가 남발하는 시대에 연극이 진짜 승부해야 할 최후의 보루는 ‘연기력’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02-764-6460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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