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달구벌 산책/순수예술에 '경영마인드' 심어라

입력 2003-12-05 18:48수정 2009-10-1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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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예술과 경영마인드

‘돈 걱정 없이 순수예술 공연을 지속적으로 여는 방법은 무엇인가.’

문화적 토양이 척박한 지방에서 음악 활동을 해오며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화두다.

미국 유학시절 ‘음악경영’이라는 과목을 수강한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연주활동을 하면서 공연비용 조달과 개런티 등 경제적인 측면을 애써 외면, ‘순수 예술인은 돈과는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는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나에게 이 과목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강의를 들으면서 실용주의를 중시하는 미국사회는 클래식 공연도 상업적인 측면, 즉 철저한 경영마인드를 중시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순수예술분야에까지 지나치게 상업적인 측면을 부각하는 것 같아 거부감도 들었지만 차츰 합리적인 내용을 배우면서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

비록 순수예술 공연이라도 연주 때마다 들어가는 비용을 전액 독지가의 후원금이나 광고 스폰서에만 의존하는 연주회는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힘들다.

미리 적절한 예산을 짜고 조직적인 홍보 마케팅을 통해 티켓을 판매하는 등 경영마인드가 뒷받침되는 음악회가 생명이 길다는 게 강의의 핵심이었다.

귀국 후 나는 ‘‘대구음악사랑’이라는 모임을 만들고 향토음악인들과 힘을 모아 현재까지 5회에 걸쳐 ‘갈라콘서트’를 열었다.

그러나 아직 대구에서 열고 있는 연주회에 미국식 경영 마인드를 적용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음을 절감한다. 관행에 젖어 있는 한국적 연주회 풍토와 음악애호가들의 습성 등 장애물로 다가오는 난관이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나 자치단체의 예산을 지원 받지 못하고 운영되는 민간 연주단체는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공연 때 정해지는 입장료가 다소 비싼 편이다.

그러나 이런 기본적인 사정조차 음악애호가들에게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다.

음악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학생들이 음악인과 연주단체를 위한 ‘개미군단’이 돼야 한다.

문화선진국은 수많은 시민들이 일년에 만원(미화10달러)이라도 음악회를 위해 기부하는 마인드가 일반화돼 있다. 국내 연주단체는 대부분 대기업이나, 자치단체 등 특정 후원자의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술작품은 아는 만큼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음악 공연은 지갑을 연 만큼 즐길 수 있는 게 아닐까.

시민들이 비록 적은 액수이지만 정기적으로 음악회를 위해 기부하고, 연주회장으로 달려가 기꺼이 표를 산다면 달구벌은 수준높은 음악회가 일년 내내 열리는 ‘음악도시’가 될 것이다. 이재준(지휘자)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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