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역사를 이끈 위대한 지혜들'…동서고금 인물에세이

입력 2003-11-28 17:30수정 2009-10-1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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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이끈 위대한 지혜들/복거일 지음/388쪽 1만3000원 문학과지성사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사회평론가로 전방위 활동을 펼치는 저자가 세계사의 다양한 인물들을 ‘코드’로 탐구한 인간 에세이. 중국의 진시황, 로마의 카이사르, 카르타고의 한니발,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에서부터 김구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까지 동서양, 국내외, 고대에서 현대까지 70인의 삶을 다뤘다.

짧게는 3쪽에서 길게는 7쪽 정도 분량의 인물평들은 단순히 전기적 기록이 아니다. 해당 인물의 삶을 관통하는 특징들을 추려내고, 거기에 잠언적 지혜를 담았다.

예를 들어 ‘떠안은 위대함과 이룬 위대함’ 편에서는 로마의 감찰관 케쿠스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교하며, 자신이 만든 작은 도로가 후대에 로마의 대로(大路)가 돼 역사에 이름을 남긴 케쿠스의 위대함이 역사가 ‘떠안긴 위대함’이라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한 박정희의 위대함은 그의 큰 허물로도 초라해지지 않을 ‘스스로 이룬 위대함’이라고 평한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영웅 같지 않은 영웅’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저자는 클린턴이 “어지간한 대통령 서넛은 사임했을 역경을 견뎌냄으로써 영웅이 된 비결은 자신이 저지른 추문의 성격이 ‘잡놈’의 짓인 것을 드러내 보통 사람들이 자기나 클린턴이나 비슷한 존재임을 인정하게 만든 데 있다”고 분석했다.

또 야당 총재 시절 민주주의를 원숙하게 만들 지도자로 꼽혔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막상 대통령이 되어서는 ‘적을 고르지 못한 정치지도자’였다는 평이 따라 붙는다.

‘모든 정치지도자들에겐 필연적으로 적이 생긴다. 그런 적들을 되도록 줄이고 어쩔 수 없이 나온 적들은 덜 적대적으로 만드는 것이 성공적 지도력의 요체다. 김 대통령은 야당 지도자들의 이런 기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을 억누르거나 그들의 지지기반을 없애는 데 힘을 쏟았다.’

그는 “다음 대통령이 발휘해야 할 지도력은 화합 정치에 기반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적을 잘 고르고 자신의 반대세력에게도 지도력이 고루 미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삶의 아이러니를 드러내는 인물도 많다. 영국 물리학자 로버트 훅(1635∼1703)은 뉴턴과 같은 시대를 사는 바람에 재능이 묻힌 불운한 사람이고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으로 유명한 영국의 토머스 그레셤(1519∼1579)은 런던 외환거래소를 세우고 대학에 재원을 마련한 진정한 공헌들은 잊혀지고 엉뚱한 일로 세상에 이름이 알려진 경우다.

이처럼 상투적인 인물평, 상식적인 묘사를 거부한 저자는 책 서문에서 “작게는 연필을 깎는 것부터 크게는 나라를 다스리는 것까지, 결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순리(順理)나 역사적 교훈이란 개념도, 사물의 결을 찾아 그것에 거스르지 않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그는 또 “복잡하고 불투명한 삶을 이해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내 눈길을 끈 사람들의 모습에서 언뜻 사람들의 삶이 이루어진 결을 보았다”고 밝혔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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