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몸과 몸짓…' '움직임의 문법'을 익혀라

  • 입력 2003년 11월 21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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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몸짓 문화의 리얼리티/성광수 외 12인 지음/544쪽 1만8000원 소명출판

하이테크 매체의 발달에 따라 ‘이미지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몸’은 인간을 둘러싼 이야기를 전달하는 중요한 기호가 됐다. 국문학, 철학, 독문학, 불문학, 커뮤니케이션학, 무용치료학 등 각 분야의 필자 13인은 “이제 글과 말의 문법은 물론 몸과 몸짓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의 문법을 알아야 한다”며 이 움직임을 읽어내는 다양한 방식을 소개했다.

박여성 제주대 교수(독문학)는 ‘표정의 기호학’에서 개, 원숭이, 인간의 표정이 드러나는 양상들을 비교한 뒤 안면 근육의 수축 이완을 통해 얼굴 표면의 변화가 드러나는 양상을 기호화한 C H 효르츠외, P 에크만, W V 프리젠 등의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박 교수는 “선천적이고 생물학적인 관상과 달리 자발적으로 조절이 가능한 표정은 후천적이자 문화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마흔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는 선현들의 격언은 몸 기호학의 정곡을 찌른다”고 주장했다.

이혜자 이화여대 외래교수(독문학)는 ‘미궁 속의 몸, 몸속의 미궁’에서 미궁에서의 방황을 통해 죽음의 공포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한 미국의 현대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의 무용 ‘미로의 탐색’을 중심으로 무용의 언어를 분석했다. 이 교수는 무용수의 몸 중심을 향한 운동과 그 구심력에서 빠져나오려는 의지가 응축과 팽창의 운동감을 통해 표현됨에 주목한다. 그 사례로서 그레이엄의 무용은 “몸 깊숙이 잠들어 있는 잠재적 동작을 깨어 나오게 하려는 염원을 담고 있다”는 것.

필자들은 전통예절, 손짓, 음식문화, 외모지상주의, 몰래카메라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몸의 기호를 읽는 방법을 제시한다. 또한 각 글 뒤에는 ‘더 읽을거리’를 소개해 ‘몸과 몸짓’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시야를 더 넓혀 나갈 수 있도록 했다.

“인간의 몸을 통해 세계와 역사가 의미를 획득한다”는 메를로 퐁티의 주장에 공감한다면 이제 그 의미를 읽어내는 법을 배우라는 필자들의 요구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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