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10만명 안떠났다…15일 출국시한

입력 2003-11-13 18:29수정 2009-09-28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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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앞 운동장. 중국동포 5000여명이 법무부에 한국 국적을 신청하기 위해 서류를 들고 접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국내 체류기간이 4년을 넘어 강제추방 대상이어서 국적 취득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과천=권주훈기자
《17일 시작되는 정부의 불법체류자 합동단속을 앞두고 외국인 근로자 밀집지역인 수도권 주요 공단 일대가 술렁이고 있다. 합법체류 대상이 안 돼 15일까지 자진 출국해야 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단속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인천국제공항에는 ‘코리안 드림’을 접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들이 줄을 이었다. 더이상 국내에 체류하기 어려운 중국동포 5000여명은 집단으로 한국국적을 신청했다.》

▼"일단 숨자" …일부업주 외국인 피신시켜▼

▽술렁이는 공단=12일 오후 11시50분경 인천 남동구 논현주공아파트 상가 앞 공중전화 부스. 외국인 근로자 5명이 국제전화를 걸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방글라데시인 호센(31·체류기간 5년2개월)은 “이틀 전 2년째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며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지방으로 내려갈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강제출국 대상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업체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철문 부품을 생산하는 인천 남동공단 S업체 C씨(43)는 필리핀인 근로자 두 명을 한 교회에 숨기기로 했다.

그는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사업주도 2000만원 미만의 벌금을 물지만 숙련공인 이들이 없으면 공장을 돌릴 수 없다”며 “단속이 뜸해지면 야간에라도 불러 일을 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기 파주시 교하읍 영세공장 밀집지역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 70여명 중 상당수는 이미 지방으로 몸을 숨겼다. 이곳의 모스크(이슬람교 예배당)에는 평소 50∼70명의 외국인이 모였지만 12일에는 두 명만 기도하고 있었다.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외국인도 적지 않다.

13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를 찾은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출신 교포 이명국씨(46)는 “뼈 빠지게 일하고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며 흥분했다. 그는 ‘반드시 대신 받아서 보내주겠다’는 센터 직원의 약속을 받고 고국으로 떠나기로 했다.

▼"국적 달라" …中동포 5000여명 집단신청▼

▽중국동포 집단 국적신청=13일 정부과천청사 대운동장에는 중국동포 5000여명이 법무부에 한국 국적을 신청하기 위해 모였다.

신청서를 든 이들은 10명씩 법무부 1층의 임시 접수대 앞에 앉았다. 국내 체류 8년째인 양진분씨(64·가정부)는 법무부 직원과 1분간 상담하다 접수거절확인서를 받고 돌아섰다.

불법체류 6년째인 박해봉씨(33·노동·중국 헤이룽장성)는 “아버지가 한국 호적에 등재돼 있다”고 하소연했지만 역시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접수거절확인서를 받았다.

법무부 석동현(石東炫) 법무과장은 “서류를 들고 온 중국동포 대부분이 불법체류 상태라 접수할 수 없다”며 “합법 신분인 신청자만 서류를 접수해 자격심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조선족교회 서경석(徐京錫) 목사는 “국적회복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14일 중국동포 5000여명과 함께 헌법소원을 내고 집단 단식예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엑소더스’=13일 낮 12시 인천공항에서 중국 옌지(延吉)로 떠나는 대한항공 6835편 여객기(정원 188명) 승객의 상당수는 강제출국 대상자였다. 평소 탑승률은 60∼70%였지만 이날은 정원에 불과 8명 모자랐다.

중국동포 김명수씨(32)는 “경기 광주시의 페트병 제조공장에서 7년간 일해 결혼자금을 모았다”면서도 “막상 떠나려니 섭섭하다”고 아쉬워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출국이 급증하면서 중국과 동남아로 향하는 항공편은 불법체류자 단속 직전인 15일까지 대부분 예약이 완료됐다.

법무부 집계에 따르면 자진 출국하는 불법체류 외국인은 이달 들어 매일 500∼700명 선이었으나 자진출국 기한이 임박한 12일에는 약 2000명으로 급증했다.

이날까지 출국한 불법체류자는 1만2713명으로 아직도 10만여명이 한국을 떠나야 한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인천=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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