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軍 보호-치안유지에 적임

  • 입력 2003년 11월 12일 0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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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이라크 추가 파병시 전투병 규모를 늘린다는 방침 하에 특전사의 파병을 ‘0순위’로 검토 추진하는 것은 파병 임무와 성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미국이 공병 의무부대 등 비전투병보다는 현지 안정을 위한 치안유지 분야의 파병을 요청한 만큼 이를 원활히 수행하려면 최정예부대인 특전사가 적임이기 때문이다. 군내에선 그동안 특전사가 미국이 당초 요청한 경보병(light infantry)의 성격에 가장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전사는 동티모르 등에 대한 파병을 통해 분쟁지역의 치안유지와 질서 회복 등 안정화 작전에 관한 능력을 대내외적으로 검증받았다.

특히 최근 이라크에서 미군과 다국적군을 향한 조직적인 테러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한편 특정 지역에서 한국군의 독자적인 임무 수행을 위해선 특전사가 적격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파병 방침은 11일 통일외교안보 분야 장관회의 이후 종전 입장에서 크게 선회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차영구(車榮九) 국방부 정책실장은 이날 파병의 주요 조건으로 ‘독자적인 책임지역’을 강조했다. 이는 최근 미국에 제시했던 비전투병 위주의 3000명 파병안 카드를 접고 미국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해 파병 부대를 구성하는 구상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는 “한국군이 독자적인 책임지역을 맡는 ‘포괄적 접근’을 하게 된다면 우리 군의 노하우와 능력을 마음껏 살릴 수 있고 장병들의 안전도 확실히 책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 같은 방향을 설정한 것은 대미 파병협의단의 협의 결과와 이라크에 대한 2차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데 따른 것이다.

우리 조사단이 바그다드에서 만난 존 아비지아드 미 중부군 사령관은 한국이 비전투병을 파병하려면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 바스라 지역의 부족장들도 한국군이 이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이탈리아군의 지휘 하에 있지 말고 독자적인 운영을 할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파병의 대의명분이 이라크의 민주 발전과 국가 재건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볼 때 현지에서 가장 필요한 역할을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공병과 의무 중심의 ‘기능적 접근’이 오히려 안전에도 문제가 있다는 현실적 분석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측은 여전히 전투병이나 치안유지군의 파병에 소극적인 입장이어서 정부가 파병부대의 성격과 규모 등에 관한 내부 이견을 정리하고 미국과의 추가 협의를 통해 파병안을 확정하기까지는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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