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행정수도 ‘총선전략용’은 안 된다

동아일보 입력 2003-11-07 18:23수정 2009-10-1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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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이성계가 정도(定都)한 이래 600여년 역사를 지닌 수도를 옮기는 문제는 통일 후 시대에 대비한 백년대계여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은 건국 이후 최대 국책사업이라고 할 만큼 엄청난 재정이 소요되고 국가적으로 막중한 영향을 미칠 사업이다. 그러나 현재의 행정수도 이전 안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충청권 표를 얻기 위해 설익은 채 나온 측면이 강한 게 사실이다.

신행정수도 연구단은 2030년까지 50만명 규모의 신행정수도를 만드는 데 들 순수한 재정부담을 8조4000억원으로 예상했다. 대통령직인수위 때 추산보다 2배가량 늘어난 액수이다. 다른 국책사업의 선례에서 드러나듯이 완공까지 재정 소요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신행정수도 연구단이 마련한 밑그림을 보더라도 2020년 1단계 완공까지 17년이 걸리는 사업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임기 안에 무엇을 해내겠다는 조급함을 가져서는 안 된다. 충분한 여론수렴과 치밀한 계획수립을 통해 다음은 물론 그 다음 대통령대에도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정부가 바뀌면 지난 정부가 추진해 온 국책사업이 하루아침에 재검토되는 일이 비일비재 하지 않았던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적 사업이 중단되거나 재검토되는 낭비를 없애기 위해서는 예상되는 비용과 효과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정수도를 건설하다가 통일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도 고려에 넣어야 한다. 수도권과 신행정수도의 후보지가 가까워 수도권 과밀해소에 기여하지 못하고 공무원들의 생활만 불편하게 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더욱이 국책사업을 밀어붙이는 힘이 강했던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시대에도 쉽게 결정하지 못했을 정도로 수많은 난관이 예상되는 사업이다. 이런 국가적 ‘백년대계 사업’이 눈앞의 총선전략용이 되어서는 숱한 난관을 돌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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