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유코스 사태’ 외교전 비화…美 "사법절차에 의구심"

  • 입력 2003년 11월 3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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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유코스의 총수를 구속한 사건이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 공방으로 비화됐다.

지난달 30일 미 국무부는 이 사건에 대해 “러시아 사법체제의 공정성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논평해 러시아를 자극했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일 “다른 국가의 사법절차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라며 반박했다. 그는 “워싱턴에서는 남에게 설교하는 것이 유행인지 모르지만 러시아에는 통하지 않는다”며 원색적으로 미국을 비난했다.

러시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은 그동안 미국이 수차례 ‘인권’을 빌미로 러시아 국내문제를 간섭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 미국은 러시아의 체첸 침공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정부의 언론탄압 때도 ‘우려’를 표시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자국의 이해에 따라 달리 대응하는 ‘이중 잣대’를 갖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초대형 기업주가 불법 행위로 체포되는 일이 있는데 왜 유독 유코스 사태만 부각시키느냐는 반문이다.

유코스 사태의 여파는 국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영국 일간 선데이 타임스는 미하일 호도로프스키 회장이 자신의 구속을 예측하고 구속 직전에 영국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의 일원인 제이컵 로스차일드에게 자신의 주식을 넘겼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검찰의 호도로프스키 회장의 주식 동결 조치가 국제적 스캔들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동안 유코스 지분 인수를 시도해 온 미국의 엑손모빌과 셰브론텍사코 등 에너지 메이저들도 일단 인수협상을 중단했다. 또 유코스가 주사업자인 동시베리아 유전 개발 및 송유관 건설 사업을 놓고 경쟁을 벌이던 중국과 일본도 이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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