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주먹구구사업…물류센터등 부실운영-사업포기 속출

입력 2003-11-02 18:39수정 2009-09-2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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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들이 시행하는 건설사업 중 다수가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우선 짓고 보자’식으로 추진돼 주민들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수백억원을 쏟아 붓고도 건물의 골조도 제대로 올리지 못하거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수년째 표류하거나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업들이 적지 않다. 지자체 사업들은 국가가 관리할 근거가 없어 그 성과마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공사 중단 애물단지=전남 여수시는 여수시, 여천시, 여천군이 통합되기 전인 1993년 여천시가 착공한 문예회관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여천시는 262억원을 들여 대극장, 소극장, 전시동 등을 갖춘 문예회관을 지을 계획이었으나 공사비 부담을 감당치 못해 착공 7년 만인 2000년 공사가 중단됐다.

120억원이 투입된 이 회관은 총 공정의 42%에 해당하는 지하 1, 2층 공사만 끝난 상태에서 3년째 방치되다 올 초부터 여수시 제1청사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설문조사에서 공사 진행을 둘러싼 찬반 의견이 엇비슷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짓고 보자’=충북도는 2000년부터 놀이시설 스포츠시설 호텔 등을 갖춘 밀레니엄타운을 민간자본 1000억원을 유치해 착공할 계획이었다. 행정자치부는 민간 투자자를 먼저 선정하는 것을 조건부로 이 사업을 승인했다. 충북도는 민간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교통 및 환경관련 대책을 세우지도 않고 청주시 상당구 주중동에 부지를 사들이고 설계를 하는 데 152억5000만원을 썼다. 하지만 2001년 골프장 건설사업이 논란을 빚으면서 3년째 사업을 추진하지 못해 감사원의 지적까지 받았다.

340억원이 투입된 대구 서구 이현동 서대구화물역 건설사업은 사업 주관사를 찾지 못해 7년째 표류하고 있다. 철도청, 대구시, 22개 민간업체 등이 96년 12월부터 추진한 이 사업은 97년 12월 사업주관사인 ㈜청구의 부도로 일시 중단됐다가 2000년 6월 다시 시작됐지만 지금까지 부지 기반시설과 역사만이 건립됐을 뿐이다.

▽완공해도 적자투성이=전남 목포시는 310억원을 들여 공연장 수영장 헬스장 등을 갖춘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를 올 4월 완공했으나 지금껏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이 체육센터를 개장하면 연간 수십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는 이 센터의 운영권을 전남도에 넘기려 했으나 거절당했다.

충남도가 1999년 충남 천안시 성거읍에 지은 농축산물류센터는 첫해부터 적자가 발생해 191억원의 설립자본금이 잠식됐으며 440억원의 부채까지 안게 됐다. 이 센터는 현재 채권가압류 위기에 몰려 매각이 논의되고 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 사업을 시행한 충남도에 예산을 낭비한 대표적 사례를 지적하는 ‘밑빠진 독’상을 줬다.

▽주민 감시가 관건=현재 사업비가 200억원 이상으로 국고를 지원받는 사업만 정부가 심사하고 있다. 따라서 200억원 이상이 넘는 사업이라도 국고의 지원만 받지 않으면 지자체가 마음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실적 위주로 사업을 벌이고 예산 확보 등 사업계획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아 애물단지 사업이 많아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중앙 정부의 개입을 강화하는 것은 시대 조류에 맞지 않아 지자체 스스로 세금을 조리 있게 쓰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면서 “현재로선 사후 평가를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광주시의 참여자치21 박광우 사무처장은 “자치단체 사업이 잘못되면 단체장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주민소송법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음성=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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