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광고, 리비도를 만나다'…나체로 다가오는 광고

  • 입력 2003년 9월 26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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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체 앤드 가바나의 진 광고. 두 남녀는 동상이몽에 빠져 있다. 여자는 하트로 대변되는 달콤한 사랑을, 남자는 거꾸로 된 하트가 형상화한 여성의 엉덩이, 즉 섹스를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여성의 엉덩이 윤곽을 드러낸 붉은색 진의 형태는 왜 거꾸로 된 하트 모양일까.  동아일보 자료사진

돌체 앤드 가바나의 진 광고. 두 남녀는 동상이몽에 빠져 있다. 여자는 하트로 대변되는 달콤한 사랑을, 남자는 거꾸로 된 하트가 형상화한 여성의 엉덩이, 즉 섹스를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여성의 엉덩이 윤곽을 드러낸 붉은색 진의 형태는 왜 거꾸로 된 하트 모양일까. 동아일보 자료사진

◇광고, 리비도를 만나다/김홍탁 지음/343쪽 동아일보사 1만2000원

현역광고인인 저자(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말한다. “예술은 감동을 주고 외설은 자극을 준다”고. 그리고 “광고는 소비자에게 나체로 다가서야 하는 존재”라고. 저자에 따르면 ‘마르고 닳지 않는 인간의 가장 본원적인 욕망을 다룬다는 점만으로도 에로티시즘 광고를 일별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 책은 성적인 은유와 상징이 가득한 100여장의 외국 인쇄광고와 그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다. ‘외설스러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격을 잃지 않음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광고에 나타난 기발한 상상력이 주는 즐거움은 외설의 당혹스러움을 덮고도 남음이 있다. 성서와 프로이트와 D H 로렌스와 마르셀 뒤샹을 가로지르는 냉정한 해석에, 광고에 대한 따뜻한 애정까지 가해진 저자의 진지함은 광고 읽기의 깊이를 더해준다.

저자는 광고라는 텍스트를 통해 한 시대의 성 의식을 읽는다.

성경에서 마스터베이션은 죄로 규정된다. 그러나 에이즈가 창궐하자 마스터베이션을 옹호하는 공익 광고가 등장했다. 샤워를 하며 자위를 하는 남자의 사진 옆에는 이런 카피가 흐른다. “콘돔 없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섹스를 즐길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여성 의류 브랜드인 ‘쿠카이’의 광고는 여성 상위 시대의 도래를 선언한다. 한 여성이 작은 수영 팬티를 입고 누워 있고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처럼 덩치가 쪼그만 남자 정원사가 팬티 밖으로 나온 여자의 체모를 깎고 있다. 남성을 성적 노리개로 부릴 만큼 당찬 여성들을 위한 의류라는 컨셉트를 전달하려는 의도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려면 우선 광고부터 봐야 한다. 성적 메타포는 무엇이고 그것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스스로 분석해본 뒤 저자의 해석을 읽는 순서다.

‘벗은 정도가 심하지만 정복하고 싶은 대상이 아니라 감상하고 싶은 오브제로 비친다’ ‘외설적인 포즈지만 이 사진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속에서는 음심을 누르고 아름다움을 향유하려는 미적 본능이 먼저 튀어나온다’ ‘일부일처제가 도덕에 의해 쓰인 ‘성의 사회사’의 정사(正史)라면 불륜은 우리 동네 김씨 이씨 박씨에 의해 쓰인 야사(野史)다’ 등 저자의 촌철살인에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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