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인운하 경제성 꿰맞추다니

  • 입력 2003년 9월 25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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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인운하의 경제성을 평가하면서 미리 정해둔 결론에 꿰맞추려 했다는 의혹이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나아가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사업계획을 세우고 추진한 과정이 관련 부처와 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로 얼룩져 있다.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평가를 의뢰하면서 총사업비를 축소한 자료를 제공해 경제성을 과대 포장했다. 그런데도 경제성이 기준치를 밑도는 것으로 평가보고서 초안이 나오자 다음엔 평가항목을 무리하게 변경시켰다. 이 같은 왜곡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이 미흡하다고 결론 내린 공식보고서가 나오자 확정된 사업계획과 다른 자료를 근거로 추가보고서를 만들게 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꿰맞추기가 아니라 조작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정부는 또 굴포천 치수사업을 경인운하사업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원래의 목적인 수해방지대책은 한동안 방치했다. 이 때문에 1998년과 99년 홍수 때 굴포천 유역에서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과 물류 개선 가운데 우선순위도 헤아리지 못한단 말인가.

운하의 다리 높이를 잘못 계산해 컨테이너선의 굴뚝이 걸리는 상황이 빚어질 뻔했다고 하니 이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그대로 진행됐더라면 다리를 고치느라 또 얼마나 많은 국민세금을 낭비해야 했을까.

정부는 감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운하사업의 경제성과 사업내용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와 기준에 따라 재검토해야 한다. 그 결과 경제성이 없다면 사업 자체의 백지화도 주저해선 안 된다.

물론 다른 국책사업 가운데 이미 충분한 평가와 의견수렴을 거친 사업까지 흔들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지역이나 집단의 이기주의에 발목 잡혀 다수 국민을 위한 국책사업이 지연되면 엄청난 예산이 낭비될 뿐 아니라 나라의 장래에 악영향이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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