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숙제 미룬 세법 개정안

  • 입력 2003년 8월 28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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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안은 몇 가지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현금영수증카드제’는 현금수입이 많은 업소의 세원(稅源) 투명성을 높이고 ‘외국인 소득세 체계 간편화’는 외국인의 납세 불만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정부가 강조해온 ‘조세의 형평성과 효율성 제고’ 및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기본원칙은 이번 개정안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재경부는 당초 내년부터 없애기로 돼 있던 79개 세금 감면 조항 가운데 12개만 폐지하겠다고 한다. 17개는 혜택을 줄이고 50개는 그대로 감면을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감면제도는 형평에 어긋나고 종류가 너무 많아 대폭 정비할 것이라던 방침에서 크게 후퇴한 모습이다. 내년 총선 등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흔적이 있다. 민주당의 뜻에 맞춰 일부 세율을 조정한 것도 그렇다.

법인세율 인하가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은 점도 아쉽다. 재경부는 “재정형편과 경기상황을 고려하고 과세 기반을 확충해 나가면서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그러자면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 이런 식으로는 세계 각국이 외국기업 유치 등 투자 촉진을 위해 앞 다퉈 세율을 낮추고 있는 경쟁상황을 헤쳐 나가기 어렵다.

그런가 하면 상속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내년부터 실시키로 한 것은 성급하다. 작년 대통령 선거 전까지 재경부 당국자들은 “현행 유형별 포괄주의마저 일각에서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마당에 완전포괄주의는 시기상조”라고 말해 왔다. 노무현 대통령도 완전포괄주의 입법이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고 인정한 가운데 이를 서두는 것은 무리다. 완전포괄주의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세정이 확립되고 유형별 포괄주의에 대한 충분한 평가가 끝난 뒤 도입 여부를 재검토할 일이다.

세법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행정부와 국회는 조세 형평성을 높이고 국가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도록 개정안을 개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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