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심한섭/新藥개발 촉진하려면

  • 입력 2003년 5월 29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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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섭
이라크 전쟁에 이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문에 시끄럽다. 이라크전쟁은 적군이 분명했는데 사스는 상대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저 비슷한 증상의 환자가 발생하면 피하는 것이 상책일 뿐이다.

지구상에는 진단이 가능한 질병이 약 2500종 있고 그 중 약 500종만이 직접 치료제가 나와 있다. 나머지 2000여종은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을 택하거나 수술로 병소를 적출할 수 있을 뿐이다. 인간과 미생물의 전쟁은 1948년 페니실린이 발견되면서 끝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세균성 질환은 어느 정도 제압했지만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하는 바이러스는 인간의 유전자 구조가 밝혀진 요즘에도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방위예산은 엄청나면서도 질병 대책비용은 미미하다. 그러나 질병으로 인한 피해는 전쟁에 비할 바 아니다. 1918년 스페인독감으로 3000만명, 1960년 홍콩독감으로 3만여명 등 인명 손실 규모는 가히 인류의 종말을 거론하게 한다. 특히 최근 인구와 화물의 국가간 이동이 수월해지면서 이들 질병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에 대한 이상적인 대응은 예방접종약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신약은 약용식물을 비롯한 천연자원에서 추출하는 일, 필요물질의 합성이나 배양 과정을 거쳐 유전자 조작에 의한 주문생산, 또는 필요장기 배양 치환의 시대를 열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재원이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약 7억달러, 10여년의 노력이 필요하다. 반면 투자 재원의 회수 가능성은 30%에 불과하다. 현재 지구상의 신약 개발은 미국이 약 60%,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EU)이 약 20%, 나머지를 일본 등 기타 국가가 수행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EU나 일본처럼 의약품 가격을 정부가 강력하게 통제하는 나라보다 미국처럼 시장경쟁에 의존하는 곳에서 혁신적 의약품 개발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혁신적 의약품 개발을 위해서는 생물학 세균학 물리학 등 기초과학 발전을 위한 정부기관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심한섭 한국 다국적의학산업협회 부회장·전 보사부 약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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