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나성엽/예견된 ‘訪美성과 없음’

  • 입력 2003년 5월 19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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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 진대제(陳大濟) 장관은 19일 미국 방문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성과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방미 기간에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인텔 휴렛팩커드(HP) 마이크로소프트(MS) 등 16개 업체 대표들과 만났다. 일부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참석한 16일 샌프란시스코 경제인 간담회에서 만났고 일부는 따로 만났지만 ‘들고 온 것’은 없다는 것이다.

진 장관은 특히 방미 전부터 떠들썩했던 한국에 대한 인텔의 100억달러 투자설에 대해서도 “인텔 간부들에게는 보고도 안 된 실무자 수준의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사실 무슨 성과를 기대하기에는 정통부를 비롯한 정부부처들 사이에 손발이 맞지 않았다. ‘대통령이 온다는데 설마 만나주겠지’ 하며 출국을 얼마 앞두고 미국 업체들과 약속잡기에 나선 정부는 “선약이 있어서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하지 못한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경제인 간담회에는 야후의 제리 양,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스콧 맥닐리 등 일정을 허락한 몇몇 CEO를 빼고는, 한국으로 치면 이사 또는 상무급인 부사장들이 대거 참석해 ‘대리 간담회’를 벌였다.

중국을 보자. 1990년대 중국은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등지에 첨단과학기술단지를 조성하면서 인텔 HP MS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5∼7년간 공을 들였다. 이 기간에 이들 업체에는 중국 정부가 제공할 각종 세제 혜택과 중국의 시장전망 등에 대한 자료가 쉼 없이 제공됐다. 틈만 나면 고위급 인사가 회사를 찾아가 최고경영층과 만났다.

중국의 설득에 넘어간 MS가 당초 한국에 지으려던 연구개발센터를 중국으로 옮긴 것은 두 나라의 투자유치 방법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사례다.

진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마치면서 “전혀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면서 “북핵, 노사문제, 높은 임금 등 걸림돌이 있지만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 1000만명과 새 제품에 큰 호기심을 갖는 한국 소비자의 성향 등에 대해 미국 기업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단기적인 성과는 애초 기대조차 하지 말았어야 하며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는 진 장관의 말은 옳다.

하지만 그가 끝까지 옳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아시아 지역에 10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인 인텔이 과연 한국을 고려 대상으로 넣을지, 또 그 밖의 많은 선진 IT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한국시장에 얼마나 공을 들일지.

“지속적 노력이 중요하다”는 진 장관의 발언은 말로 끝나지 않고 실천으로 옮겨져야 할 것이다.

나성엽 경제부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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