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논리로 하는 증시 개편인가

  • 입력 2003년 5월 18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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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증권선물 운영기관을 통합하는 한국거래소(가칭)의 본사를 부산에 두기로 한 것은 시장의 효율성이나 시장 참여자의 편의와는 거리가 먼 결정이다. 증권선물 투자자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현실에서 거래소 본사를 부산으로 옮기는 것은 기이한 일이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의 운영 기능을 서울에 남겨 둔다고 하지만 시장운영 기능과 행정기능의 소재지를 분리한 형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내년 총선에서 부산 경남 지역을 의식한 정치적 고려의 산물이라면 이는 부산시민을 가볍게 보는 일이다.

이번 증권시장 개편 방안은 서울을 동북아의 금융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구상과도 배치된다. 대부분의 활동이 서울에서 이뤄지는데 경영전략 조사연구를 부산에서 하는 구조로 과연 한국 증시가 싱가포르 홍콩과 경쟁할 효율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같이 기형적인 구조는 모처럼 3개 시장이 통합되면서 생기는 비용절감 등 시너지 효과를 갉아먹을 것이다.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등 세계 각국이 증권거래소 본사를 그 나라 금융산업의 중심지에 두는 이유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동북아의 금융중심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3개 시장 기능과 본사가 모두 서울에 있는 것이 옳은 방향인데도 정부의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지방분권화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정부기관이나 제조업의 본사와 공장을 지방으로 옮기는 것과 증권선물거래소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일이다. 금융산업은 국제경쟁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정부기관이나 공기업 또는 제조업의 이전을 배려하는 것이 옳다.

부산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조치는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부산지역에 큰 도움이 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경제논리에도 어긋난다. 부산에 대한 지원은 다른 방법으로 찾아야 한다. 증시 개편이 총선용 정치전략에 영합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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