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차관 주식처분요구 일리 있다

  • 입력 2003년 5월 12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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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관과 대통령수석비서관 등 고위공직자들이 보유주식을 매각해야 한다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충분한 타당성을 갖고 있다. 국정을 다루는 고위공직자는 주식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로 정책 결정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본인은 청렴하게 일 처리를 해도 주식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추구했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 오이 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말라는 옛말도 있지 않는가.

시민단체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부처 업무와 직접 관련이 있는 업체의 주식을 대량 보유한 장관도 있어 눈길을 끈다. 청와대 경제관련 보좌관들도 적지 않은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정권에서 발생한 ‘정현준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 ‘패스21 사건’ 등에서 공직자들이 주식관련 부패의 사슬에 쉽게 노출됐음을 감안할 때 우려되는 대목이다.

미국처럼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도 경제관련 고위공직자가 되면 보유주식을 처분하거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맡겨야 한다. 우리의 경우 경제부처가 아니더라도 국무회의를 통해 다른 부처의 업무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정부 부처에 같은 조치가 적용돼야 한다.

아예 공직자윤리법이나 공무원행동강령 등에 고위공직자의 주식 보유 금지를 명문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것보다 제도화하는 것이 청렴성과 공정성을 더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다. 고위공직자가 된 뒤에도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싶다면 미국처럼 재임기간 중 특정기관이 보관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 공무원들도 업무와 관련이 있으면 주식 보유를 제한해야 한다. 증권시장을 다루는 재정경제부나 금융감독위원회가 이에 해당한다. 증권시장과 관련은 없더라도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경우에는 청렴성 규정이 필요하다. 예컨대 건설교통부의 주택정책이나 보건복지부의 의약정책은 건설회사나 제약회사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민단체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정부가 먼저 제도화해야 할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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