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적멸의 궁전 사리장엄'…아름다운 사리장엄

  • 입력 2003년 5월 2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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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사 사리장엄
송림사 사리장엄
◇적멸의 궁전 사리장엄/신대현 지음/193쪽 1만5000원 한길아트

부처가 죽은 뒤 그의 몸에서 나온 사리는 고대 인도의 여덟 부족이 나눠 가졌다. 인도 마우리아 왕조의 제3대 아소카왕(기원전 272?∼기원전 232?)은 후에 그 사리를 모아 8만4000개로 다시 나누어 인도 전역에 퍼뜨렸다고 전해진다. 이 중 일부가 중국까지 흘러들어갔고 또 일부는 한국(고구려 백제 신라)까지 전파됐다. 기록에 의하면 중국 양나라에서 신라로 건너온 부처의 사리만도 모두 1300립(粒)이나 된다.

고찰(古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탑은 이런 부처의 사리를 모시기 위해 쌓은 것이다. 탑 안에는 공들여 만든 ‘사리장엄’을 둬 정성과 존경심을 더했다. 사리장엄은 사리를 모시는 일종의 장치 또는 그릇이다. 대개 사리를 직접 담아둔 사리병이 그 안에 있다. 모든 탑에 사리를 모실 수는 없었으므로 보석류로 사리를 대치하기도 했지만 진신사리처럼 경배했으므로 사리장엄을 만든 정성은 변함이 없었다. 이 때문에 사리장엄은 ‘불교 공예미술의 정수’로 불린다.

이 책은 사리장엄에 관한 설명이다.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 책은 첫 부분에서는 사리신앙(사리를 받드는 신앙)과 사리장엄에 관해 개괄적으로 설명했고 이어 한국에서 발견된 사리장엄 각각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덧붙였다.

경북 경주시 양북면에 있는 감은사(感恩寺)에는 682년에 세워진 것으로 보이는 삼층석탑 2기가 있다. 서탑에서는 1959년, 동탑에서는 1996년에 해체 복원을 하면서 사리장엄이 발견됐다. 서탑에서는 사리 1립, 동탑에서는 사리 54립이 나왔다.

두 개의 사리장엄은 모두 사각형으로 된 금동 사리 외함(外函)과 사리 내함(內函), 유리 사리병으로 구성됐다. 사리 외함에 새겨진 사천왕상의 부조 및 사리 내함의 난간과 연꽃 조각은 신라 공예기술의 우수성을 엿보게 한다.

경북 칠곡의 송림사(松林寺) 오층전탑에서 발견된 사리장엄도 주목할 만하다. 기단부를 연꽃으로 장식했는데 중심에 유리잔을 두고 그 안에 유리병을 안치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예가 없다. 녹색 유리병에서 신라 문화의 찬란함이 배어난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모두 37개의 사리장엄에 대해 설명했다. 다양한 형태의 사리장엄을 조목조목 짚어가는 동안 사리장엄의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더러 저자의 짤막한 평도 들어있으나 대부분 쉽고 간단한 설명이어서 부담 없이 펼쳐볼 수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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