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자회담 북핵해결 출발점으로

  • 입력 2003년 4월 22일 20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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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시작되는 북한 미국 중국의 3자회담을 바라보는 심경은 착잡하다. 기대에 못지않게 우려 또한 크기 때문이다.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뒤 6개월간 날카롭게 대립하던 북한과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는 건 분명한 진전이다. 대화야말로 견해차를 좁혀 평화적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러나 회담에 임하는 미국과 북한의 태도는 회담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핵문제의 당사자인 우리가 회담에서 배제됐다는 당혹감도 여전하다.

북한은 회담 직전 ‘폐연료봉 재처리’를 들고 나와 위기를 고조시켰다. 아직 재처리 징후가 없는 것으로 보아 더 큰 반대급부를 얻어내려는 북한 특유의 벼랑끝 전술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핵문제를 위한 본질적인 문제들은 조-미 쌍방 사이에 논의하게 된다”며 이번 회담을 북-미 양자대화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까지 피력했다. 실질적인 논의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다자회담에서 하겠다는 미국의 전략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자칫하면 의제선정과 회담형식을 놓고 양측이 지루한 설전만 계속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핵 포기가 회담의 목표이며 북한에 어떤 유인책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크전 승리로 여유를 갖게 된 미국이 북한에 밀려 생각을 바꿀 것 같지 않다. 게다가 ‘김정일 정권 축출’을 제시한 미 국방부 메모는 미 대표단에 “물러서지 말라”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결국 어느 쪽이 유연한 대응을 할 것이냐에 회담의 성패가 달려 있다. 최소한 3자회담이 사태를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을 양측에 주문하고자 한다.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해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만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회담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우려를 줄이는 길이다. 이번 회담을 문제해결을 위한 작은 출발로 생각하고 끈기 있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거북의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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