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0대 절반이 이민 가고 싶다니

  • 입력 2003년 4월 4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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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망을 꿈꾸며 의욕에 불타서 사는 시절이 20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20대 젊은이들의 60%가 “가능하면 이민을 가겠다”고 한다니 나라의 장래를 생각할 때 보통 충격이 아니다.

20대 실업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대학졸업 후 ‘100번 이상 취업에 실패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혹한 생활여건이 오늘날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주어진 현실이다. ‘사오정’(45세 정년) 세대를 목격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그들이다. 도박하는 심정으로 고시촌에서 인생역전이나 꿈꾸며 살아야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우리 가슴을 적신다.

그러나 경제적 이유에서, 또 한국의 정치 사회 상황에 환멸을 느껴 이민을 가겠다고 한다면 그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물론 이 같은 ‘청년위기’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20대가 유난히 극심한 위기의식을 갖는 것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인정하지 않고 1등만을 강요해온 사회풍토와 기성세대에서 그 1차적 책임을 찾아야 한다. 어른들은 자녀가 대학만 들어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공부만 강조했을 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고 스스로 고민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청년의 위기는 암울한 한국의 미래이기도 하다. 더 늦기 전에 젊은 세대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고용기회를 넓혀 청년실업자를 흡수하는 경제정책은 물론이고 올바른 인성과 가치관을 키우는, 교육의 근본적 변화도 절실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20대 스스로의 변혁이다. 현실을 원망하며 자기 자신의 무기력과 무능력을 변명할 것이 아니라 껍질을 뚫고 날아오르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지금 20대의 부모와 선배들은 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혹독하게 자신을 단련해가며 오늘의 한국을 일구었음을 이 시대 젊은이들은 왜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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