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개혁 않고 의원 수만 늘리나

  • 입력 2003년 4월 3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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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정수를 299명에서 273명으로 26명이나 줄인 것은 고비용 저효율 국회의 생산성에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한 때문이었다. ‘별로 하는 일도 없으면서 국고만 축내는 금배지가 너무 많다’는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한 것이었다. 환란(換亂) 이후 우리 사회 각 분야가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정치권은 뭘 하느냐는 압력에 의원들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정치권이 뭘 잘했다고, 또 경제가 얼마나 나아졌다고 3년밖에 지나지 않아 의원 수를 다시 290명 선으로 늘리려는 논의가 슬그머니 일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명색이 국회 정치개혁특위 선거법소위에서 그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어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이에 대해선 여야간에 큰 이견도 없다니, 정치권이란 자신들의 이해가 걸려 있으면 한통속이 되는 모양이다.

의원정수를 늘리려는 구실도 제 논에 물대는 격이다. 현행 국회의원 지역구의 인구 편차가 선거권의 평등을 저해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선거구 조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것이 곧 의원 수를 늘려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반대로 의원 수를 줄여서도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나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하면 오히려 그게 마땅할지도 모른다.

정치개혁은 결국 정치권 구조조정이다. 당장 의원 수가 20명 정도 늘면 선거자금 세비 후원금 등 기본비용만 따져도 4년간 어림잡아 1000억원대 가까운 돈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이는 두말할 것 없이 정치개혁에 역행한다.

하라는 정치개혁은 뒷전으로 팽개친 채 볼썽사나운 집안싸움으로 소일하면서 밥그릇 수만 늘리려는 엉뚱한 거래나 하고 있는 정치권의 행태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그런 정치권에 정치개혁을 맡기는 것은 역시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고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거나 다름없지 않느냐는 생각도 든다. 의원정수 확대는 국민의 저항을 부를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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