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입자만 멍들게 한 카드정책

  • 입력 2003년 3월 18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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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용카드사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연체율이 빠르게 올라가고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카드채 거래가 중단되는 등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어서 고육지책이란 측면이 있다. 그러나 카드사 부실의 책임을 회원들에게 떠넘기는 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데 대해 카드사와 정부는 책임을 느껴야 한다.

우선 길거리 모집을 통해 10대 회원을 양산해낸 방만한 경영으로 부실을 자초한 카드사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외형 경쟁에 매달려 카드를 남발함으로써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경기가 하강하면서 예견된 대로 부실채권은 크게 불어났다. 그 결과 2001년 호황을 누리며 2조48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카드업계가 작년 2616억원 손실에 이어 올 들어서는 1월에만 412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대형 카드사들이 매일 5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고 있다니 심각한 일이다.

카드사 부실이 국가경제를 위태롭게 할 정도가 된 데는 필요한 정책을 제때 펴지 못하고 오락가락한 정부의 책임도 카드사 못지않게 크다. 카드산업 경기는 정부 정책에 따라 춤을 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카드 사용을 장려하는 각종 유인책을 내놓았고 지난해 카드사 부실화 조짐이 나타나자 뒤늦게 억제책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카드사 지원대책을 내놓았다. 일이 터지고 난 뒤 허둥지둥 틀어막는 전형적인 냉온탕 정책을 반복한 것이다. 장기적 안목은 고사하고 몇 달 앞도 내다보지 못했다.

이번 대책 발표로 카드수수료가 올라가고 회원들에게 주던 각종 혜택이 없어진다. 전체 가계지출의 34%가 카드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정부와 카드사가 합작해낸 카드사 부실에 따른 부담이 모든 가구로 전가되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뒷북정책에 국민이 얼마나 피해를 볼 수 있는지를 이번 사태는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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