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석조미술의꽃 석가탑과 다보탑'

  • 입력 2003년 3월 14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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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대웅전 동쪽 회랑에서 본 다보탑(왼쪽)과 석가탑.사진제공 한길아트 백
화대웅전 동쪽 회랑에서 본 다보탑(왼쪽)과 석가탑.사진제공 한길아트 백
석조미술의 꽃 석가탑과 다보탑/박경식 지음/안장헌 사진/169쪽/1만5000원/한길아트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은 한국인에게 친근하다. 10원짜리 동전 때문일까, 학창시절 수학여행의 추억 때문일까. 여하튼 석가탑 또는 다보탑이라고 하면 누구나 ‘다 아는 듯’ 여긴다.

그러나 우리는 이 탑들에 대해 정작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석가탑에 얽힌 아사달과 아사녀의 전설이라던가, 이 탑이 8세기 중반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던가 따위만 떠올려도 더 이상 상식을 진전하기 어렵다.

이 책은 석가탑과 다보탑에 대한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온 ‘보통 사람’들을 새롭게 일깨운다. 어려운 학술 용어의 부담도 없다. 뒷부분에 나온 탑에 관한 용어를 먼저 읽는 것만으로도 예습은 충분하다.

석가탑과 다보탑은 대웅전 앞 마당에 늠름하게 자리잡은 기품부터 예사롭지 않다. 장중하면서도 화려한 균형미는 신라인의 탁월한 눈썰미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탑의 미덕은 그 균형에만 맞춰진 것이 아니다. 조망도 좋지만 오히려 조목조목 뜯어볼 때 나타나는 아름다움에 경탄을 그칠 수 없다.

석가탑 옥개석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에서 옥개석을 돌 1개로 깎아 만드는 방식은 석가탑에서 완성됐다. 석가탑의 옥개석은 마치 한옥의 처마 끝을 보는 것 같다. 옥개석의 아래쪽인 옥개받침은 고우면서도 날카롭게 직각을 이뤘고, 위쪽은 자연스럽게 떨어져 내리다 끝 부분이 부드럽게 치켜 올라가는 ‘반전’을 보인다. 위와 아래를 연결시켜주는 장치로 더할 나위 없다.

법화경에 나오는 다보궁을 현실로 만들었다는 다보탑의 난간 부분 역시 신라인의 신기(神技)를 한껏 드러내는 부분이다. 팔각형의 난간은 구조적, 시각적으로 안정감이 있다. 그러면서도 나무나 진흙으로 만든 듯 매끄럽고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신라 석공의 돌 다듬는 재주가 어느 정도 뛰어났는지 알 수 있다.

미시적 관찰의 즐거움을 위해 경주까지 달려갈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은 아니다. 남이 본 것을 전해듣는 것은 기회가 여의치 않을 때 택하는 방법이다. 전하는 이의 ‘말솜씨’, 또는 ‘글솜씨’에 따라 감동의 차이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책의 문체는 저자의 학자적 습관 때문인지 수려하다기보다는 명료한 쪽에 가깝다.

책에서 사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카메라 렌즈는 탑을 훑듯 세세하게 짚어나갔다. 석가탑과 다보탑을 때로 멀리, 때로 가깝게 잡은 사진은 해설체의 글과 짜임새있게 어우러져 더욱 돋보인다.

이 책은 석가탑과 다보탑의 ‘외형’에만 치중하지 않았다. 탑의 유래와 내력, 한국 석조건축에 미친 영향 등을 대략적으로나마 설명했고, 일제와 도굴범에 당한 탑의 수난사도 일화를 들어가며 소개했다. 이런 일화를 통해 석가탑과 다보탑은 우리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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