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戰雲]건설사 직원들 목숨건 잔류

  • 입력 2003년 3월 14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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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전운이 감도는 쿠웨이트에서 한국인들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쿠웨이트에서 10억달러 규모의 건설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SK건설과 현대건설 등 6개 회사들은 단계적으로 가족과 직원들을 철수시키는 동시에 잔류팀을 조직해 전후 이라크 복구사업에 진출할 길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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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교민들도 쿠웨이트가 1991년 걸프전 이후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 내준 중동지역의 무역 중심 지위를 되찾아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를 연결하는 삼각 무역지대의 중추로 부상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라크에서 불과 5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 쿠웨이트 북부 유전지대 라와다탄.

지금도 원유집수장과 가압장 복구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시공사는 SK건설. 2억4000만달러에 수주했다. 이 현장에 가기 위해서는 무수한 검문소를 거쳐야 한다. 지금은 현장 근로자 외에는 출입을 하지 못한다.

쿠웨이트의 최대 정유공장이 있는 아흐마디 인근에선 새 항만공사가 한창이다. 현대건설이 3억2000만달러에 수주한 공사.

모두 이라크가 보복 공격할 경우 주요 목표물이 될 대상들이다. 하지만 발주처인 쿠웨이트측이 공사중단을 통보하기 전까지는 공사를 계속해야 한다.

권오식 현대건설 지사장은 “계약에 불가항력적 조항이 있어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는 일방적으로 공사를 중단할 수 있지만 발주처와의 신뢰 문제, 그리고 전후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일본 기술자들은 모두 철수했다.

조성환 SK건설 지사장은 “현지 고용인 600명과 한국인 60명 등을 비상탈출시키는 계획을 수립해 놓았지만 나를 포함한 6명은 잔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이 낳을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SK건설이 3억달러에 수주한 아흐마디 정유공장 복구공사 현장에서 전기시공담당 부장으로 일하는 한근배씨(50)는 “현장소장의 지휘 아래 동요 없이 일하고 있다”며 “오히려 서울에 돌아간 가족들이 너무 걱정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교민들도 마찬가지. 김동준 쿠웨이트 한인회장(48)은 “쿠웨이트에서 공항이 폐쇄된다든가 야간통행금지가 실시된다든가 하는 루머성 기사가 불필요한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라크의 무차별 폭격보다는 잠입한 테러리스트의 생화학탄 투척. 교민들은 1단계 솔개, 2단계 부엉이, 3단계 독수리, 4단계 기러기로 나눠 비상계획을 세워놓고 있는데 지금은 솔개 상황.

최조영 주쿠웨이트 대사는 “공항까지 폐쇄될 경우 교민들은 쿠웨이트시 남쪽 30㎞ 지점에 있는 미나 압둘라에 비상집결해 버스 5대에 나눠 타고 사우디아라비아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쿠웨이트에는 한국인 279명이 남아 있는 반면 일본인들은 1명을 제외한 150여명 전원이 철수했다.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일본인들과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한국인들이 대조적이다. 쿠웨이트=홍은택특파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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