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政-檢 시각차는 드러났는데

  • 입력 2003년 3월 9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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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공개토론회는 한국사상 초유의 일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일 듯싶다. 그간의 정치권력과 검찰의 기형적인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바탕엔 뿌리깊은 상호불신과 불만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 정-검(政-檢) 갈등의 심각성을 재삼 일깨워 준 행사였다.

일단 노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치열한 토론으로 갈등의 실상과 핵심을 국민이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의미가 있다. 양쪽 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란 같은 목표를 지향하고 있지만 실현 방법이나 절차에 대해서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는 검찰의 현주소에 대한 인식차 및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주원인에 대한 시각차에 기인한다는 점도 함께 확인됐다.

반면 미래지향적인 대안 제시가 부족했던 점은 토론회의 한계였다. 검찰 개혁엔 공감하면서도 그러면 어찌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해 내지 못한 점에선 미진한 토론회였다고도 할 수 있다. 갈등을 발전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후속 움직임이 없다면 이번 토론회는 그냥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도 있다.

쟁점은 간단하다. 검찰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선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과연 어떻게 실현하느냐 하는 것이다. 논의를 단순화하면 평검사들은 제도개혁을, 노 대통령은 인적개혁을 선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후에 대한 이견은 있지만 검찰인사 제도화의 필요성은 모두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과 국민여론을 수렴해 접점을 찾아 나가면 정치권력과 검찰이 각자 제자리를 찾는 게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식이 아니라, 쌍방향의 진지한 노력을 전제로 할 때 그렇다. 토론회를 자청한 노 대통령이 먼저 평검사들의 충정을 이해했으면 한다. 국민은 정-검 유착을 싫어하지만, 정-검 갈등 또한 불안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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