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의 건강세상]'몸망침의 악순환'

  • 입력 2003년 3월 9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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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술을 대중없이 고주망태로 마시는 사람을 모주망태라고 하는데 한국처럼 모주망태들이 득실대는 나라는 드물 듯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1 국민건강 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인구의 51%가 음주자이며 이들의 절반 이상(남성 63.4%, 여성 57.8%)은 폭음을 하고 있고 20% 이상은 모주망태인 ‘알코올 의존’자였다.

또 15세 이상 남성의 흡연율은 65.4%로 재작년의 69.3%보다 3.9%포인트 줄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게다가 20세 이상의 72.5%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모주망태는 흡연과 운동 부족을 동시에 안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술을 절제하는 사람은 담배를 피우지 않고 운동에도 열심인 반면 스트레스를 술 담배로 풀려는 사람은 운동도 거의 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개인의 사고 수준이 자신의 건강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절제할 수 있는 사람은 건강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지를 알고 실천하기 마련이다.

둘째, 몸의 자연치유 시스템 고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 몸은 자연치유력을 갖고 있어 배고플 때 음식을 찾고 피곤하면 졸린다. 그러나 정신적 스트레스나 흡연, 과음 등으로 이 시스템이 고장나면 해로운 것을 좋은 것으로 착각한다는 것. 그래서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면 흡연이나 과음에 의존하고 이 때문에 더 피로해지는 ‘몸 망침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의학자들은 둘째 해석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사람은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보다 모르는 부분에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이 다르다. 금연, 절주, 운동 등 가장 택하기 쉬운 것을 택하면 쳇바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운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운동을 하면 뇌에서 도파민 엔돌핀 등 ‘천연 마약’이 생기기 때문에 금단 현상을 덜 느끼면서 금연, 절주에 들어설 수 있다.

봄비를 맞은 꽃망울들이 움트기 시작하는 지금은 운동을 시작할 적기다. 초봄에는 신체가 피로감을 가장 많이 느끼는 때인데 이때 피로를 술, 담배로 풀려는 것은 일종의 자해 행위다.

그러나 봄에는 피로를 많이 느끼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리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 특히 비만인 사람은 체중을 줄이면서 천천히 운동 강도를 높여야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지금 운동을 시작해서 서서히 강도를 높이면 봄꽃들이 화들짝 필 4, 5월에는 꽃나무 우거진 산과 들에서 운동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술 마신 다음에 나는 고린내인 문뱃내와 몇 년 찌든 담배냄새도 사라져 있을 것이다.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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