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고전, 장롱을 박차고 나오다

  • 입력 2003년 3월 7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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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읽은 적은 없는 책.”

이른바 ‘고전’을 가리켜 하는 이야기다. 현란한 서구의 현대문화가 범람하는 시대에 한국고전은 특히 그러하다.

그럼에도 고전의 가치는 여전하다. 더구나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책이 풍요롭게 쏟아져 나오는 시대, 정말 읽을 만한 책을 고르고 골라서 읽어야 하는 상황에서 고전의 가치는 더욱 크다. 고전이란 수천, 수백년의 세월과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살아남은 검증된 ‘읽을거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대인들이 읽고 싶을 생각이 들 만한 고전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양한 이미지와 하이퍼텍스트에 익숙한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고풍스러운 문투와 한자어 어휘, 빽빽한 문자로 가득찬 책 읽기를 기대하기는 대단히 ‘무례’한 요구다.

이런 점에서 ‘고전, 장롱을 박차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새로 출간된 ‘오래된 책방’ 시리즈는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고전을 만들려는 출판사의 정성을 담고 있어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이번에 내놓은 책은 18세기 북학파의 실학자인 박제가(朴齊家)의 청나라 견문록인 ‘북학의(北學議)’, 16세기 임진왜란 시기의 처절한 전쟁 기록인 ‘징비록(懲毖錄)’, 17세기 네덜란드인 선원 헨드릭 하멜의 조선 견문록인 ‘하멜표류기’ 등 세 권. 국사 교과서에 다 나오는 이 책을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것. 문제는 현대인들을 위해 어떻게 번역하고 편집했느냐 하는 것이다.

우선 매끄럽게 읽히는 현대어 번역은 기본이다. 둘째로 섣부른 편역이 아니라 정확한 ‘완역’으로 고전의 가치를 온전하게 전달해 준다. 셋째로 시대의 벽을 넘어설 수 있도록 친절한 주석과 해설을 달았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사진이나 그림 자료를 풍부하게 수록했다는 것이다. 이 점은 독자들이 세월의 거리를 넘어서 그 시대의 문물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한중록’, ‘계축일기’ 등 계속 출간될 ‘오래된 책방’의 고전들을 기대한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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