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영화 미루고 사기업 간섭하고

  • 입력 2003년 2월 21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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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유상부 회장의 연임에 대해 간섭하는 듯한 정부와 그 주변의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주들에 의해 결정되어야 할 민영화 기업의 인사에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경영합리화라는 민영화 의의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율 경영을 보장하겠다는 정부의 민영화 원칙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일부 주주에게서 나오는 발언은 정부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정부가 대주주인 기업은행의 김종창 행장이 “유 회장은 형사소추된 상태이기 때문에 연임이 곤란하다”고 밝힌 데 이어 일부 기관투자가들도 “회장직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전윤철 경제부총리가 포스코 회장직에 대해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포스코는 과거의 국영기업이 아니다. 정부가 지분을 모두 팔았기 때문에 외국인 지분이 61%나 되고 나머지는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에게 분산되어 있다. 정부는 포스코의 지배주주가 없어 경영진 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관투자가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듯하다. 정부가 앉히고 싶은 회장감이 따로 있는지 모르지만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이는 명백히 정부 권한 밖의 일을 하는 것이다. 유 회장 개인의 연임 여부는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지만 경영진에 문제가 있더라도 법과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이번 일은 단지 포스코의 경영권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늦추고 민영화 기업이나 민간기업의 경영에 대해선 이런 식으로 간섭하는 것이 새 정부의 생각인지 묻고 싶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갖고 있는 지분을 동원하면 정부는 민간기업의 경영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정부 간섭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이야말로 시장경제의 요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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