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기자실 개방도 좋지만

  • 입력 2003년 2월 17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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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에 맞춰 청와대 기자실을 일정기준 이상의 요건을 갖춘 언론사에 전면개방하기로 한 것은 ‘열린 청와대’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참여 정부’라는 새 정부 명칭에 맞춰 국내 출입기자단 중심의 ‘폐쇄형’에서 국내외 온라인 매체에도 취재를 허용하는 ‘개방형’으로 바꾸는 것도 사회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물리적 공간을 개방한다고 해서 국민이 알아야할 모든 정보 역시 개방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루 두 차례 정례 브리핑을 실시할 것이라는 이유로 현행 대통령비서실 방문취재를 제한하고 사전 약속이 이뤄진 기자에 한해서만 취재를 허락키로 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는 잘못 운영될 경우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기사만 전하라는 무언의 보도지침으로 변질될 우려가 없지 않다.

이미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경제에 대한 어두운 보도는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고 말해 문제의 본질보다 이를 보도한 언론에 불쾌감을 표시한 일이 있다. 노 당선자측은 분명한 팩트와 인터뷰 기사의 발언에 대해서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고치거나 빼달라고 요청한 경우도 없지 않다. “노무현 정부가 정권을 지지하는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을 차별 대응하리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김석수 총리가 시인한 것도 새 정부 언론관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뒷받침한다.

언론의 생명은 불편부당(不偏不黨) 시시비비(是是非非)이며 정부와 대통령도 여기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언론의 책임은 공공문제에 관한 국민의 알 권리를 대행하면서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 비판하는 데 있다. 원론적 얘기지만 취재 보도는 청와대의 호불호(好不好)보다는 언론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국익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기자실 개방도 좋지만 청와대가 정권의 입맛에 맞는 보도만을 원하는 언론관을 갖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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