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교발언은 신중할수록 좋다

  • 입력 2003년 1월 19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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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는 엊그제 밤 TV토론에서 “당선 시점을 전후해 미국의 강경파, 미국 행정부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북한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얘기하는 등 정말 절박한 심정이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미국의) 북한 공격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통령당선자의 발언인 만큼 TV를 시청하던 많은 국민은 설마 하던 ‘미국의 북한 공격설’이 의심할 여지없는 실제 계획이었던 것으로 믿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미국 백악관측은 “북한을 공격할 계획을 검토하지 않았다”며 노 당선자의 발언을 즉각 반박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2월 한국을 방문한 이후 미국이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을 단행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일관되게 밝혔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백악관측이 주말 휴무 중인데도 노 당선자의 발언을 이처럼 신속히 부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이 1994년 핵위기 때처럼 이번에도 정말 북한 공격을 계획했는지 여부를 당장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나 미 정부가 즉각 부인할 만큼 예민한 사항을 다른 사람도 아닌 한국의 대통령당선자가 발언함으로써 국민을 불안케 하고 미국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를 하게 했다면 이는 사려 깊지 못한 일이다.

물론 노 당선자는 북핵 문제가 평화적 해결 쪽으로 방향이 잡혀 다행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맥락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백악관측의 ‘이례적 신속 부인’에서 보듯 북핵 위기는 한반도의 최대 현안이자 민감한 국제문제이다. 더구나 북핵 위기를 풀기 위해 완벽한 한미 공조가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러한 때에 확인되지 않은 ‘북한 공격설’로 예상치 못했던 한미 갈등이 불거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통령당선자의 외교적 발언은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당선자의 말 한마디가 국익에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 당선자가 공연히 외교적 시험대에 오를 이유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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