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정순균(鄭順均) 인수위 대변인은 “문제의 발언은 직위상 개인자격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기사를 보면 명백한 의도를 갖고 발언한 것이 분명하다”며 전경련의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인수위의 강경 대응은 이해할 만하다. 이런 발언이 외국투자자들에게 ‘한국 기업인은 대통령당선자가 사회주의를 지향한다고 믿는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3일 인수위에서 벌어졌던 상황을 돌이켜보면 인수위가 ‘두 개의 잣대’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당시 인수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사무실을 찾아온 여러 기자에게 대기업 구조조정본부의 ‘역(逆)기능’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기업 구조조정본부가 재벌 오너 가족의 재산 대물림에 관여하고 있다. 민간기업이 알아서 할 문제지만 인수위가 구조본의 존폐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다음날 모든 조간신문에 주요 기사로 보도됐다. 그런데 인수위측은 “인수위원의 사견일 뿐 인수위 차원에서 공식 검토한 바 없다”며 잘못된 보도라고 잘라 말했다.
인수위측은 한쪽에는 개인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면서 다른 쪽은 사견에 대한 ‘언론의 무리한 보도’라는 상반되는 잣대를 들이댄 셈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인수위 관계자가 한국인 기자들과 만나 한 발언이 더 공식적인 것일까, 아니면 전경련 간부가 미국인 기자로부터 갑자기 전화를 받고 답한 것이 더 공식적인 것일까. 또한 전경련 간부의 ‘사회주의 발언’이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라면 ‘구조본이 재벌 상속에 동원됐다’는 인수위 관계자의 발언도 한국을 대표하는 해당 기업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인수위의 두 개의 잣대가 자칫 ‘우리의 판단이 기준’이라는 독선주의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큰일이라는 걱정을 금할 수 없다.
김승련 정치부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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