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개혁 3]진성당원

  • 입력 2003년 1월 7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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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진성(眞性) 당원 중심의 정당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과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다. 진성 당원이란 정당의 정강 정책을 지지하고 자발적으로 당비를 내는 사람들을 말한다.

정당의 역사가 짧고 하부구조가 허약한 우리나라에서 진성 당원들이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검은 정치자금 수수나 극소수 간부 중심의 당 운영, 지구당위원장의 전횡 등 여러가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각 정당의 당원 구성 실태를 보면 ‘허수 당원’이 대부분이다.

2001년 기준으로 한나라당은 전체 당원 268만명 중 진성 당원은 1만3000여명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182만명 중 1만여명만 당비를 내고 있다. 진성 당원이 전체 당원의 1%도 안 되는 셈이다. 그나마 진성 당원 중에는 월급에서 당비를 공제하는 당직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민주화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주요 정당 진성당원 현황
당원 수진성당원 진성당원 비율(%)
한나라당2,684,30713,2880.50
민주당1,824,24810,4530.57
자민련1,364,7355300.04
민주노동당10,3146,55263.53
자료:2001년 정당별 당비납부현황(중앙선거관리위원회)

또 상당수 ‘당원’은 자신이 특정 정당의 당원인지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철에 주위의 권유로 이름을 빌려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원만 136만명이라는 자민련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107만표를 얻는데 그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진성 당원을 모으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현실론과 함께 진성 당원 중심의 당 운영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은 “지구당위원장이 소수의 진성 당원의 당비를 대납하면서 관리하는 폐단도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김성호(金成鎬) 의원은 “정치 불신 풍토가 심한 현 상황에서 누가 정당에 돈을 내려 하겠느냐”며 “진성 당원 중심제는 지지자를 비롯한 일반 국민의 참여를 제한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진성 당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정당 운영 시스템이 지금보다 투명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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