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송상근/여전히 먼 醫-政 사이

  • 입력 2003년 1월 5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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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공언대로라면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의 건강보험 당기 수지가 흑자로 돌아선다. 건강보험 재정적자는 국민 부담을 늘리고 의료체계를 뒤흔든다는 점에서 ‘당기 수지 흑자’는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와 협조가 중요하다. 양측도 겉으로는 이를 인정한다. 그러나 속마음도 과연 그럴까.

#사례1

경기 부천시의사회는 10일 신년 하례회 때 서울대 김용익(金容益·의대) 교수를 초청해 ‘새 정부 보건의료정책의 기본방향’에 대해 강연을 들을 예정이었다. 그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보건의료정책 공약 개발에 적극 참여해 차기 정부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의사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김 교수가 현 정부의 의약분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데 깊숙이 관여해 의사들을 괴롭혔고 이 때문에 대한의사협회에서 회원 자격정지 2년까지 당한 반(反) 의료계 인사라는 게 이유였다. 의사회 집행부는 고심 끝에 결국 강사 교체를 결정했다.

#사례2

김성호(金成豪)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말 확대간부회의에서 “2002년의 가장 큰 성과는 의료계 및 약계와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것이다. 상호불신 관계에서 벗어나 대화와 신뢰로써 현안을 원만하게 타개했다”라고 평가했다.

김 장관은 이어 “대선을 앞두고 여러 이해단체의 극단적인 집단이기주의가 돌출할 위기가 보였으나 사전에 치밀한 전략과 지혜를 모아 과감히 실천한 결과 완전히 봉쇄할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그는 그 예로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대하던 수가 인하를 들었다.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 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의-정(醫-政) 협조가 이뤄지고 건강보험 당기 흑자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국민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나아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 주려면 지금부터라도 양측이 조금씩 양보하고 상대방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하지 않을까.

송상근 사회2부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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