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전망대]허승호/4가지 이슈 눈여겨 보자

  • 입력 2002년 12월 29일 17시 58분


묵은해를 마감하며 2003년 새해를 시작하는 이번 주에 관심 있게 살펴볼 경제 이슈는 크게 네 가지쯤으로 정리된다.

가장 중요한 것이 (1)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경제정책 향방이다. 인수위 경제 1, 2분과의 간사로 이정우(경북대) 김대환(인하대) 교수가 각각 선임됐다는 소식이 지난 주말 알려지자 경제계는 도대체 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보느라 분주했다.

“재벌개혁은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사회적 협의과정을 거치겠다.” “그룹 구조조정본부가 반드시 필요한지 면밀히 검토하되 존립시한을 둘 것이다.”(김대환)

“빈부격차는 발등의 불과 같이 화급한 문제이며 그 핵심은 부동산이다.” “분배와 빈곤 문제를 개선하는 최상책은 경기유지다.”(이정우)

이들의 선임 일성(一聲)만 들어서는 새 정부의 경제철학이 어떤 정책으로 구체화될지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경제계는 정책방향이 정리되면서 ‘예측 가능한 경영환경’이 정착되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2)이번 주에 줄지어 발표될 대기업들의 내년 경영계획도 관심거리. 기업의 투자계획은 당장 경기로 연결된다. 특히 그동안 경제를 떠받치던 소비가 고꾸라지면서 ‘연말경기 실종’이란 말까지 나오는 판국이라 투자에 대한 관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것은 앞으로의 경기를 불투명하게 보고 투자를 줄일 것처럼 말하던 몇몇 대기업들이 대선이 끝나자마자 앞다퉈 투자확대를 약속하고 나서는 점. 이들은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경기진작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라고 설명하는가 하면 ‘이 결정이 그룹총수의 의지에 따른 것임’을 특별히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투자확대에 ‘정치 사회적 외피’를 씌움으로써 재벌개혁을 부르짖는 당선자 진영의 압박을 완화하려는 몸짓이라 풀이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또 하나 지나칠 수 없는 것이 (3)사이버공간을 통해 번지고 있는 대미(對美) 불매운동. 이 문제는 26일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이 주재한 수출대책회의에서 무역업계가 우려를 표명하는 수준까지 진행됐다.

복잡한 논의를 한쪽으로 제쳐놓고, ‘한미간 무역전쟁이 극단화돼 양국 교역이 끊어진다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만 잠깐 짐작해 보자. 작년 기준으로 우리의 대미 무역흑자 88억달러 가 날아가는 것은 사소한 문제다. 미국은 수출의 3%가 줄어들지만 한국은 20.7%의 타격을 입는다. 한국에 오는 외국인투자의 절반 이상이 미국의 것이다. 불매운동은 자충수로 우리가 택할 만한 카드가 아니라는 얘기다.

마지막이 (4)조흥은행 매각 문제다. 신한금융지주회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전격 선정되자 조흥은행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

그러나 노조 주장 중 ‘헐값매각 저지’는 영 이상하게 들린다. 값은 사고 파는 사람이 정할 일이지 매각대상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또 노조가 진정 이익단체라면 ‘가능하면 낮은 값에 팔리기’를 선호해야 한다. 그래야 매입자의 부담이 적어져 앞으로 노조원들이 근무할 회사가 재무적으로 건실해지기 때문이다.

허승호 경제부 차장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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