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가 되레 더 떨어질 수도”…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

  • 입력 2002년 12월 29일 17시 36분


“한국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하는 박윤수 LG투자증권 상무.김동주기자
“한국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하는 박윤수 LG투자증권 상무.김동주기자
“한국 주식이 가치에 비해 저평가됐으니까 올라야 한다고요? 아닙니다. 현재 주가는 한국 기업과 경제가 바뀐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오히려 더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43)는 ‘상장기업이 올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렸는데도 종합주가지수는 650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증시의 상식에 반기를 든다.

그는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이 5∼8배에서 오르내려 80, 90년대의 12∼16배보다 낮아진 것이 저평가론의 기본이지만 이익의 질을 따져보면 지금의 PER가 더 정확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익은 사상 최대이지만 매출증가율은 7% 안팎으로 80, 90년대 14%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져 이익의 질이 악화된 만큼 주가도 낮게 대접받아야 한다”는 것.

박 상무는 이를 근거로 “내년 상반기에 종합주가지수는 올라봐야 770선이고 520선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내년 종합주가지수는 650∼950선에서 등락하고 1,000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는 다른 증시전문가들의 견해에 도전장을 낸다.

박 상무가 ‘청개구리의 길’을 걷는 것은 현실을 차갑게 분석하기 때문. 그는 7월26일 “종합주가는 하반기에 580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비난이 많았지만 박 상무의 말이 맞아 종합주가는 그 후 한번도 800선을 넘보지 못하고 10월10일 584.04까지 떨어졌다.

“3·4분기부터 기업의 이익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주가는 이익의 절대적인 크기보다 이익이 얼마나 늘어나느냐에 더 영향을 받기 때문에 떨어질 것으로 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내년 증시를 너무 어둡게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내년에 가계대출이 늘어나기 힘들고 부동산값 상승도 이어지기 힘들어 개인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며 “달러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해 수출도 크게 늘어나기 어려워 기업의 매출이 6.1%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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