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은 물론 노 당선자가 존경하는 인물이다. 비록 그가 자신의 저서 ‘노무현이 만난 링컨’에서 고백한 것처럼, 네 번째 패배의 날인 2000년 4·13 총선 개표가 진행되고 있던 밤에 느꼈다는 ‘충격적 감동’을 광고에서 찾기는 힘들지만 링컨 같은 훌륭한 인물과 정신적으로 ‘동행’하고 있다는 메시지는 강력하다.
노 당선자가 이왕 링컨을 롤 모델(role model)로 삼았으니 미국 대통령 한 명을 더 추천해도 큰 실례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35대 대통령을 지낸 존 F 케네디다. 노 당선자 진영에서 ‘盧’자의 획수가 16이라는 점에 착안해 그가 틀림없이 16대 대통령이 된다고 풀이한 논리를 대입하면 링컨(Lincoln)처럼 알파벳으로 7자의 이름을 가진 케네디(Kennedy)도 성명학적 자격은 있어 보인다.
마침 노 당선자는 첫 기자회견에서 케네디를 연상케 하는 발언을 했다. “당선자로서 안보 외교 통일에 대해 책임 있는 담당자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청취하고 의견을 들어 좀더 준비한 뒤 국민에게 책임 있는 말씀을 드리겠다”는 대목이다. 정확하게 국정을 파악한 뒤에 대책을 내놓겠다는 뜻일 게다. 케네디도 “상원의원, 대통령 후보, 당선자, 대통령을 거치며 단계적으로 미국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게 되면서 점점 더 정확한 판단을 하게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보 부족으로 인한 부실한 판단이 있었다는 고백이다.
노 당선자가 케네디를 모델로 삼기를 바라는 이유는 또 있다. 그 앞에 닥친 북한 핵 문제 때문이다. 케네디는 자칫하면 미소간의 핵전쟁으로 번질 뻔했던 쿠바 미사일 위기를 냉철한 판단과 담대한 용기로 극복했다. ‘위기의 시대는 용기 있는 인물을 낳고, 용기 있는 인물은 위대한 행동을 낳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 역시 대통령이 되기 전에 저술한 ‘용기있는 사람들(profiles in courage)’을 통해 자신이 신봉하는 정치적 신념을 국민에게 알렸다.
미국의 전설적 칼럼니스트 제임스 레스턴은 “대통령 선거는 과거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기”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수지 맞는 나라가 될 것인지 여부는 노 당선자가 어떤 대통령이 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핵 문제는 그가 떠맡아야 할 첫 번째 과제다. 링컨에게서 ‘정의’라는 덕목을 발견한 노 당선자가 케네디의 ‘용기’까지 발휘해 핵 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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