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鄭 공동정부' 정체 뭔가

  • 입력 2002년 12월 13일 00시 39분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의 대선 공조가 그대로 5년 전 DJP 공조의 전철을 밟고 있다. 함께 하기에는 아무래도 노선이 너무 다른 양당의 정책공조라는 것부터가 그렇다. 각자 제자리에 선 채로 손만 쭉 내밀어 악수를 하는 듯한 모습의 어정쩡한 정책공조는 정책합의라기보다는 차라리 ‘정책합성’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싶다.

친(親)재벌도 아니고 반(反)재벌도 아니며, 친노동도 아니고 반노동도 아니라는 설명이 정책공조 수준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는 식의 이중 부정은 사실 뭐가 뭔지 분명치 않다는 얘기로 들린다. 핵개발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정부 차원의 현금지원사업 중단이 고려될 수 있다는 합의도 양쪽 입장을 적당히 버무린 인상이 짙다.

집권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양당간 합의가 얼마나 실천될지는 의문이다. 합의의 모호성 때문만은 아니다. DJP 공조가 그랬던 것처럼 정치적 합의란 결국 권력을 쥔 쪽의 의지대로 변질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양당 또한 이런 점을 간과했을 리 없다는 점에서 이면합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의혹의 핵심은 정책합의를 담보할 공동정부 운영 구상이다. 당사자들은 결코 자리 나눠먹기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이 역시 아귀가 맞지 않는 얘기다. 정부에 공동으로 참여하지 않고 정부를 공동으로 운영할 수는 없다. 그리고 양당이 합의한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것 자체가 자리 배분의 제도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도 양당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구상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합의를 해도 명문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말이 안 된다. DJP는 공동집권프로그램을 문서화까지 했지만 집권 후 줄곧 삐걱대다 끝내 갈라서고 말지 않았던가. 그로 인해 국정은 또 얼마나 파행을 거듭했는가.

이번 합의는 그보다도 훨씬 더 불안정하다. 그만큼 실패한 ‘정치 상거래’가 될 가능성도 크다. 양당은 더 이상 둔사로 호도하지 말고 ‘공동정부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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