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포럼]이재석/반환 미군기지를 평화의 場으로…

  • 입력 2002년 12월 9일 18시 31분


10월에 한미간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이 국회비준을 거쳐 발효됐다. 이에 따라 그 실천 계획의 일환으로 2006년도 반환예정인 경기 파주시 조리읍에 위치한 미군기지 캠프하우스에는 의정부 교도소가 이전해온다는 발표가 있었다. 계획은 한국측이 신규 공여하게 될 경기 의정부시 캠프 스탠리 확장부지 안에 포함되는 의정부 교도소를 2008년도까지 캠프하우스로 이전하고 교도소 자리를 미국에 공여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것은 그간 미군기지 이전을 환영하고, 기지반환 이후 이를 지역발전을 위해 활용하는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여 왔던 파주시민들에게 매우 실망스러운 소식이었다. 파주시민은 지역발전의 장애물이던 미군기지가 반환된다는 사실에 많은 기대를 가져왔다. 그동안 미군기지가 들어서 있으면서 재산상의 피해와 직접적인 인명사고, 기지촌이라는 지역 이미지 때문에 받았던 상처 등이 깊게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주시 또한 2003년도 예산에 미군기지 활용을 위한 연구 용역비를 편성하는 등 기지 터를 지역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계획대로라면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기울여온 노력은 모두 소용없는 것이 됐다. 정부와 국회는 협정의 추진배경이 ‘도시발전에 장애가 되는 미군기지를 조정하고 지역주민의 민원을 해소하는 데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미군측에 부지를 추가 공여하고 추가 공여지에 편입된 교도소를 반환기지로 옮기는 계획이 과연 그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가.

물론 교도소도 필요한 시설의 하나이고 반환기지의 활용에 대해서는 소유권자의 결정이 우선일 수 있다. 하지만 미군기지가 냉전시대 지역발전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해왔다는 점, 특히 캠프하우스의 경우 경의선과 함께 남북화해 교류의 기간이 될 통일로 변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도소 이전은 적절한 것이 아니다. 평화교류의 현장에서 우선 마주치는 것이 교도소라면 누가 보아도 어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파주시민들은 접경지역 분단현장에서 날카로운 대립의 과거를 넘어 평화의 전도사로 거듭나기 위한 힘겨운 자기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미군기지의 평화적 활용에 대한 논의도 그 노력 가운데 하나다.

특히 파주의 경우 반환예정인 6개 미군기지 중 4곳이 화해 교류의 중심 축인 통일로 변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군기지를 평화적 용도로 활용한다는 발상의 의미는 매우 크다. 반환 미군기지의 평화적 활용은 지역사회의 발전은 물론, 평화를 위한 한국의 노력을 세계에 알리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현장에서 전쟁의 흔적과 역사가 담긴 군사시설을 평화시설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정부나 국회는 기지촌 주민이나 접경지 파주시민들이 겪어온 아픔을 인식해야 한다. 연합토지관리계획 협정이 국회 비준을 거쳐 발효됨으로써 교도소 이전 계획의 수정에는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게 됐다. 정치권은 지난날 어려움을 묵묵히 감내해 온 접경지역 주민들의 심경을 이해하고 협정의 취지대로 지역발전과 민원해소에 부합하는 대책을 세워주기 바란다. 그것은 일부 지역의 이해관계 문제가 아니라 평화를 통한 나라의 발전과도 밀접하게 연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재석 파주시민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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