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국민銀 청약사업팀 차형근차장

  • 입력 2002년 12월 4일 17시 54분


국민은행 청약사업팀의 차형근 차장(44)은 매달 초 ‘마법’에 빠진다.

업무량이 폭주하고 예정에 없던 회의가 부쩍 많아지면서 스트레스 지수가 대단히 높아지는 것. 서울시 동시분양 청약접수 때문이다.

그는 18년 동안 청약업무만 담당해온 최고의 전문가다. 동시분양이 처음 시작된 92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청약 접수와 경쟁률 집계, 당첨자 발표 등을 전담해왔다.

수백만명의 청약자 가운데 이중 청약자나 이중 당첨자를 가려내는 일도 그의 몫. 최근에는 일주일에 한두번씩 있는 재건축 조합 아파트의 추첨도 대행하고 있다.

이 과정은 모두 컴퓨터를 통해 처리된다. 사람의 판단이나 조작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개인의 재산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처리에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산추첨은 크게 당락(當落) 결정과 아파트의 동호(棟戶) 결정으로 나뉜다. 당락은 청약자 수와 주민등록번호, 분양업체 대표와 경찰관이 마구잡이로 뽑은 숫자를 컴퓨터가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눈 뒤 재배열해 결정한다.

동호 추첨은 공급 가구의 수 등을 바탕으로 여러 개의 숫자배열을 만든 뒤 당락 결정 때와 같은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이 같은 전산추첨 프로그램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성능 테스트 등을 통과했다.

“그런데도 매번 당첨자 발표가 있는 날이면 ‘나는 왜 매번 탈락이냐?’ ‘이번에 당첨된 아파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 무효로 하고 다음에 다시 청약할 수 없나?’ 등의 청탁이나 항의가 끊이질 않습니다.”

심지어 일부 청약자는 추첨이 있는 날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사옥 8층에 있는 청약사업팀 사무실에 몰려와 ‘감시’를 할 정도다.

그에게 20년 가까이 청약접수를 해오면서 쌓인 노하우로 요즘 같은 때 실패하지 않고 아파트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답변은 비교적 간단했다. “정부가 5년 동안 당첨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재당첨을 제한하기 때문에 청약에 신중해야 합니다. 최소한 입지 분석이나 교통 여건 정도는 따져봐야 합니다. ‘묻지마 청약자’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죠.”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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