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지킨 ‘최순우 古宅’…모금운동 통해 매입

  • 입력 2002년 12월 4일 17시 34분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고택./사진제공 한국 내셔널트러스트운동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고택./사진제공 한국 내셔널트러스트운동
시민 차원의 문화유산 보호운동이 한국에서 첫 결실을 이뤘다.

사단법인 한국 내셔널트러스트운동 문화유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홍남 이화여대교수)는 4일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고 혜곡 최순우씨의 서울 성북구 성북동 고택을 유족으로부터 매입했다. 매입비 4억원은 모금 운동을 통해 조달했다. 한국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은 최순우 고택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복원, 보수해 내년 6월까지 최순우 기념관으로 꾸며 개관할 예정이다.

최순우 고택은 1930년대 건축된 전형적인 한옥으로 조선 후기 선비 집의 멋을 간직하고 있는 가옥이다. 고택은 전통 양식에 덧붙여 최순우 관장이 생활했던 집이라는 데도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84년 작고한 최순우 관장은 한국 전통 공예의 현대화에 앞장섰으며 한국미의 발견에 평생을 바친 인물. 현재도 베스트 셀러로 올라 있는 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이기도 하다.한국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은 최순우 기념관에서 고인의 일생 사업이었던 전통 도자와 목공예품의 전시, 한국의 미 사진전 등을 열 계획이다. 한국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은 2억9850만원으로 예상되는 복원, 보수비, 수리 예산비 등을 모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은 역사 유적과 자연환경의 보전을 위해 1897년 영국에서 시작돼 세계로 확산된 운동. 한국에서는 문화 예술계, 학계, 법조계 인사들이 뜻을 모아 2000년 1월 창립했다. 모금 운동을 통해 올해 5월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지를 매입하는 등 자연 유산 보호 활동을 펼쳐왔다. 올해 1월 문화유산특별위원회가 발족하면서 문화유산의 보호로 범위를 넓혔고, 이번에 첫 성과를 얻게 됐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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