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용 빚 탕감인가

  • 입력 2002년 12월 3일 18시 49분


정부와 민주당이 개인워크아웃 신청자격을 대폭 완화한 것은 선거를 겨냥한 대표적 인기영합정책이다. 선량한 채무자를 돕는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 오히려 신용사회를 파괴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워크아웃제도를 마치 ‘빚 탕감 잔치’인 양 오인토록 하는 것은 신용불량자를 돕기는커녕 꼬박꼬박 은행 빚을 갚아 온 국민 대다수를 실망시키는 역차별이다. 유권자들은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여러 금융기관에 빚이 있는 소액 다중 채무자들이 신용을 회복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들이 돕는 제도가 개인워크아웃제도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금융기관과 채무자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지 정부가 개입할 사항은 아니다.

실제로 10월부터 시행된 개인워크아웃제도는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신청건수도 적고 효과도 미미하다. 당초 30만명이 넘는 신용불량자들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던 정부의 선전과는 영 딴판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금융기관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개인들의 빚을 탕감해 줄 수 없는 사정 때문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워크아웃 신청자격을 3개 이상 금융기관에 빚이 5000만원 이하 신용불량자에서 2개 이상 금융기관에 빚이 3억원 이하인 신용불량자로 확대한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사실상 모든 신용불량자가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게 했으니 금융기관 창구에서 어떤 일이 빚어질지 뻔하다. 은행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이 정책은 여당의 생색내기에 그치고 만약 실천에 옮겨진다면 그 부담은 나머지 국민에게 얹어지게 된다.

정책 실패로 신용불량자 수는 이미 사상 최고치인 250만명을 넘었다. 내년부터 금융기관간에 대출정보 공유제도가 확대되면 신용불량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신용불량자를 돕는 정책은 좋지만 ‘빚이 많은 사람도 무조건 빚을 깎아준다’는 인식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 불과 보름 남은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정부와 민주당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것은 나라 경제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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