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국인 근로자 관리 포기한 건가

  • 입력 2002년 11월 22일 18시 29분


외국인 근로자 정책이 갈지자 행보를 거듭해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불법 체류 근로자가 늘어나 사회문제화되면 일괄 강제 출국을 시키겠다고 큰소리쳤다가 중소기업들이 공장을 돌릴 인력이 없다고 아우성을 치면 불법 체류를 묵인하는 식으로 돌아간다.

정부가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2년 유예기간을 주기로 해 중소기업들은 한숨 돌리게 됐으나 불법 체류 근로자 관리를 아예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불법 체류 근로자를 내년 3월까지 시한을 정해 놓고 한꺼번에 내보내려는 것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정책이었다. 중소기업주들의 숨겨주기와 당국의 단속이 숨바꼭질을 하면서 기업 비용만 늘릴 단견 중의 단견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 60만여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불법 체류자이다. 외국인의 불법 체류율은 이웃 일본의 4배에 이른다.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와 기간을 넘겨 불법 체류하는 외국인(5만명)보다 관광비자와 방문비자를 갖고 들어와 불법 취업을 하는 근로자들이 훨씬 많은 형편이다.

불법 취업 목적의 비자 신청자를 엄격히 가려내기는커녕 중국이나 동남아 공관에서 비자 장사까지 했다니 할 말이 없다. 엄청난 수의 중국 근로자들이 밀항선을 타고 입국하는데도 무방비상태다. 외국인 근로자의 출입국 관리가 한마디로 부재에 가깝다. 불법 체류자가 늘어나다 보니 외국인 근로자들의 약점을 이용한 임금 착취와 인권유린이 비일비재해 동남아 국가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먹칠해 놓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서 일괄적으로 들여와 기업에 배정하는 현행 산업연수생제도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를 양산하는 정책이다. 고용주가 당국의 허가를 받아 외국인 근로자와 직접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고용허가제로 정책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주의 책임을 강화하고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국내 노동법을 적용해 인권침해를 막는 제도를 마련하지 않고서는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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