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호원/´춤추는특소세´

  • 입력 2002년 11월 22일 18시 17분


22일 재정경제부는 종전의 결정을 번복해 “픽업트럭 무쏘스포츠에 특별소비세를 물리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재경부는 건설교통부가 화물차로 판정한 무쏘스포츠를 승용차로 분류하고 특소세를 물리기로 결정한 바 있다.

픽업트럭이나 스포츠유틸리티트럭(SUT)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무쏘스포츠가 처음이지만 세계 자동차산업을 둘러보면 이 차종이 얼마나 흔한지, 세계적으로 어떤 차종으로 분류되는지는 명확하다.

재경부가 기존 결정을 뒤엎은 것은 “정부정책이 경제에 힘이 되기는커녕 짐만 된다”는 비판을 받기에 딱 알맞다. 이 번복도 22일 열린 한미 통상협상 점검회의에서 미국측의 항의를 받고서야 이뤄진 것이다.

한국의 핵심산업인 자동차 부문에서 같은 차량을 놓고 부처간 판정기준이 지금까지 다르게 돼있었다는 것은 행정이 민간부문의 발목을 얼마나 잡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국내 업체와 소비자의 요구는 우습게 여기고 외국 압력에는 약한 역차별적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부의 근시안적 행정이 드러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환경부는 2000년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며 경유(디젤)승용차에 대한 배출가스 기준을 무리하게 강화했다. 세계 어떤 경유승용차도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정도였다. 반발이 거세자 환경부는 최근 “2004년 7월 이후 배출가스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물러섰다.

이 같은 ‘널뛰기 행정’ 탓에 민간부문만 고생이다. 특소세 철회 이전에 무쏘스포츠를 산 1700여명은 세금을 수백만원씩 냈다. 재경부는 “세금환급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해 분노를 사고 있다.

경유승용차를 사려는 미래 소비자들은 차량 선택권을 빼앗겼다.

문제는 이와 비슷한 일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소세법 시행령이 승용차를 ‘주로 사람의 수송을 목적으로 제작된 차량’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서 보이듯 모호한 법규가 널려있기 때문이다.

행정공무원들의 자의적 재량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불분명한 법규를 고치지 않으면 이런 널뛰기와 민간피해가 계속될 것이다.

최호원기자 경제부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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