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신용카드社 ‘벼랑끝 위기’

  • 입력 2002년 11월 21일 17시 35분



“카드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1∼2년 후면 신용카드사들은 몇 개 남지 않을 것이다. 합병을 통한 대형화로 경쟁력을 확보하든지 특정고객을 상대로 한 틈새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금융감독위원회 이근영 위원장)

“카드업계의 현재 상황을 볼 때 합병 퇴출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업계가 자정 노력을 한다고 하지만 경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수익구조도 악화될 것이다.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면서 퇴출과 합병이 일어날 것이다.”(국민카드 기획팀 구조조정담당 변성수 차장)

신용카드사들의 앞날이 험난하다.

연체율 증가, 수익성 악화, 당국의 구조조정 압박 등 안팎의 도전이 거세다.

작년 말까지 카드업계는 국세청의 신용카드 사용 권장과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급증으로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떼돈을 벌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다.

그러나 올해 경기 둔화로 연체율이 급증하고 민간소비 거품을 우려한 정부의 카드 사용 억제대책이 줄줄이 나오면서 영업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방대한 고객정보를 갖고 있는 SK텔레콤 롯데백화점 등이 카드시장 진출을 확정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

▽최후의 승자는 누구인가〓카드시장은 삼성 LG 등 9개 전업카드사와 16개 은행계 카드사 등 25개사가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5개사는 그럭저럭 흑자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올 2·4분기(4∼6월)부터 적자를 내는 카드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9개 전업카드사 가운데 외환 현대 동양 신한 등 4개사가 3·4분기(7∼9월) 중 적자를 냈다.

올 1∼9월 현대와 동양의 당기순손실은 각각 644억원과 304억원.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한 셈이다. 현대와 동양의 연체율은 9월 말 현재 9.5%와 12.0%에 이른다. 내년 4월부터 연체율 10%를 넘는 신용카드회사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불이익을 받는다. 생존경쟁의 출발신호는 이미 떨어진 것.

반면 삼성과 LG는 3·4분기 중 각각 1526억원, 133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2·4분기보다 순이익 규모는 줄었지만 시장여건을 감안할 때 괜찮은 실적을 올렸다. 삼성의 연체율은 9월 말 현재 7.4%. 카드사별로 위험관리와 고객관리 능력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나경제연구소 유승창 연구원은 “미국과 대만의 사례를 봐도 카드사는 장기적으로 4, 5개 정도로 정리될 것”이라며 “선도 카드사와 대형 은행계 카드사, 대기업계열 카드사가 최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소형 카드사들도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여신전문협회 이보우 상무는 “장기적으로 시장의 힘에 의해 카드업계가 재편되겠지만 당장 중소형 카드사들이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소형 카드사들은 자기 몸집에 맞는 시장과 고객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활발한 합종연횡 예상〓최근 LG 삼성 국민카드 등 이른바 ‘빅3’와 나머지 카드사들간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카드업계에 구조조정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빅3는 충당금 적립기준을 올렸는데도 올 들어 9월 말까지 2900억∼50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우선 은행계 카드사들은 은행권 합병에 따라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지주회사가 조흥은행을 인수하면 신한카드와 조흥은행 카드사업부가 합쳐진다. 하나와 서울은행 합병으로 두 은행 카드사업부가 합쳐진 것은 같은 맥락.

별도로 운영되고 있는 국민카드와 국민은행 BC카드사업부도 장기적으로는 국민카드가 국민은행 내부로 흡수돼 운영될 전망이다. 자금조달비용이 적어도 1∼2%포인트 낮아져 수익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합병도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연체율이 높은 동양카드는 이미 롯데백화점으로 넘어갔다. 롯데는 기존 롯데카드 고객 570만명을 카드고객으로 전환시켜 본격적인 신용카드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SK텔레콤도 1600만명에 이르는 011 가입고객을 바탕으로 모네타 카드를 발급하는 한편 카드사 직접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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