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일본신화 그 뿌리는 한국 ´일본의 신화´

  • 입력 2002년 11월 8일 18시 16분


◇일본의 신화/김화경지음/332쪽 1만5000원 문학과 지성사

‘신화(神話)’는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신화는 특별한 상상력의 산물이다. 그것을 종교적 상상력이라고 불러도 그만이고 시적 상상력 혹은 꿈의 상상력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신화는 우리에게 언제나 풍부하고 감칠맛 나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신화는 인간 삶의 궤적에서 종종 거대한 이데올로기로 변신하여 민중을 통제하는 조작적 권력으로 작동하기도 했다. 게르만 종족의 절대적 우월성을 내세웠던 나치의 신화라든지 ‘만세일계’인 신국 일본의 우월성을 내세웠던 근대 군국주의 일본의 천황제 이데올로기 등이 그 전형적인 사례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사기’, 한국의 ‘삼국유사’, 일본의 ‘고사기’와 ‘일본서기’ 등의 역사서가 신화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데서 엿볼 수 있듯이 신화는 역사적인 사실을 반영하는 어떤 것으로서 인식되기도 한다.

이 책은 이 중 신화를 역사와의 접점을 이루는 어떤 것으로서 보는 입장에 서 있다. 특히 이 책은 민족 설화의 발생과 전파를 규명하고자 하는 역사 민족학의 방법론에 입각하여, 일본신화의 두 축을 이루는 이즈모계 신화와 다카마노하라계 신화가 모두 한국을 거쳐 들어갔다고 하는 ‘대담한’ 가설을 내세우고 있다. 즉 스사노오를 중심으로 하는 이즈모계 신화가 한국의 동해안을 따라 내려와 신라를 거쳐 이즈모 지역으로 들어간 집단이 가졌던 신화라고 한다면, 아마테라스를 기축으로 하는 다카마노하라계 신화는 한국의 서해안을 따라 내려와 가락국을 거쳐 규슈 지역으로 들어간 집단이 가졌던 신화라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고대 일본의 지배계층문화가 북방적이라면 고유의 기층문화는 남방적이라고 하는 인식이 일반적이며, 근래에 형질인류학에서는 이런 인식을 ‘이중모델설’로 정리해 내놓기도 했다. 따라서 이 책의 관점은 다카마노하라계 신화와 한반도의 관계성만을 일부 인정해 온 종래의 일본 학계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만일 이런 가설의 타당성이 입증될 수만 있다면 한일 고대사의 수수께끼 중 많은 부분이 풀릴 것이다.

저자는 이런 가설의 논리적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 한일 양국 및 중국 각 민족의 문헌신화와 구전신화를 매우 성실하게 비교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 자신도 고백하고 있듯 신화와 역사의 접점을 가시적인 것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작업은 결정적인 고고학적 혹은 문헌적 근거가 거의 없는 현재 상황에서 ‘논리의 비약’을 초래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저자가 의지하는 역사 민족학의 전파론적 관점은 오늘날에는 결코 주류라 할 수 없는 방법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고대사의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거나 혹은 왜곡되어 있는 현 시점에서 이 책과 같은 시도는 충분한 의의를 지닌다고 여겨진다.

박규태 한양대 교수·일본언어문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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