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G 결산①]한·중·일 취재팀장 방담

  • 입력 2002년 10월 15일 18시 26분


부산아시아경기대회를 취재한 중국과 일본의 언론 관계자들은 북한의 출전을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의미로 꼽았다. 사진은 개회식에서 남북한의 유도 영웅인 하형주 동아대 교수와 계순희가 공동으로 성화 점화식을 하고 있는 장면.-동아일보 자료사진
부산아시아경기대회를 취재한 중국과 일본의 언론 관계자들은 북한의 출전을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의미로 꼽았다. 사진은 개회식에서 남북한의 유도 영웅인 하형주 동아대 교수와 계순희가 공동으로 성화 점화식을 하고 있는 장면.-동아일보 자료사진

《새 세기 들어 처음 열린 아시아 최대의 스포츠 제전 제14회 부산아시아경기가 막을 내렸다. 북한의 참가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 가운데 열린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렸고 대회 운영도 합격점을 받았다. 이번 대회는 또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대비한 유망주의 발굴무대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부산아시아경기를 4회에 걸쳐 결산해본다.》

아시아 스포츠 3강인 중국 한국 그리고 일본. 부산아시아경기에서 이들 3개국은 전체 금메달의 70%에 가까운 290개를 휩쓸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44개 전 회원국이 참가한 대회지만 사실상 이들 3강이 대회를 주도한 셈이다. 부산아시아경기를 취재한 3개국 대표적 언론사의 취재팀장이 한 자리에 모였다. 중국 CCTV의 마궈리(馬國力) 체육부주임, 일본 아사히신문의 타카구라 테쓰야(高藏哲也) 스포츠부차장, 그리고 동아일보 김화성 스포츠레저부차장. 이들이 본 부산아시아경기를 좌담으로 엮어본다.

▽김〓부산아시아경기는 94년 히로시마대회 이후 두 번째로 수도가 아닌 지방에서 치러진 대회였습니다. 전반적인 대회 운영을 평가한다면…

▽마궈리〓질서 있고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봅니다. 서울이 아닌 지방 도시에서 큰 대회를 매끄럽게 치른 것은 평가받을 만 합니다. 방송설비나 경기장 시설 등도 아시아경기는 물론 올림픽을 열기에 충분한 것 같았습니다.

▽다카구라〓교통체증 때문에 애를 먹기는 했지만 다른 문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대회 초반엔 불편을 호소하는 선수들이 있었지만 그건 어느 대회든 똑같은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38개 경기장이 곳곳에 퍼져있어 불편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도시의 특성상 모든 경기장을 한 군데에 모을 수는 없는 일이겠죠.

▽김〓중국 선수 가운데 80%이상은 그동안 한 번도 국제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신예라고 들었습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오르기 위한 포석인가요?


▽마궈리〓장기적으로는 2008년 올림픽, 단기적으로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겨냥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금메달 숫자보다는 선수들의 기록이나 기량을 눈여겨 보았습니다. 수영 펜싱 사격 체조 등에서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겨뤄볼 만 하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육상은 여자 중장거리 종목을 제외하고는 아직 많이 처져있는 것 같아요.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한국인 감독을 영입한 여자하키 여자핸드볼 양궁 종목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다는 점입니다. 이대로라면 이들 종목이 아테네올림픽에서 사상 처음 금메달을 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종목의 한국 지도자 수준은 세계 정상급이니까요.

▽다카구라〓일본은 당초 금메달 65개를 목표로 했는데 20여개나 미달했습니다. 수영은 세계신기록까지 수립하며 선전했는데 사우디 돌풍에 밀린 육상이 걸림돌이었죠. 특히 남자 100, 400m허들,여자 멀리뛰기,여자마라톤의 부진은 의외였습니다. 일본은 출산률이 급감하면서 운동할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종목이나 신예선수들이 보충되지 않아 애를 먹고 어쩌다 나오는 꿈나무들은 인기종목인 야구나 축구로 가버립니다.

▽김〓한국도 일본보다는 덜 하지만 비슷한 형편입니다. 힘들고 돈이 안 되는 종목은 아예 하지 않습니다. 한 때 아시아경기에서 전 체급을 석권하기까지 했던 복싱의 몰락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죠.

▽마궈리〓얘기를 좀 바꿔 보죠. 북한의 출전은 이번 대회의 가장 큰 뉴스가 아닐까요. 대회 의미로 보나 한반도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보나 우리 중국은 북한의 참가를 매우 바람직한 일로 평가했습니다.

▽다카구라〓일본도 처음엔 호의적으로 보았습니다. 이번 대회 참가를 북한이 세계 스포츠 무대에 복귀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가 표면화되면서 분위기가 조금 바뀐 것이 사실입니다. 일부에서는 북한 참가의 저의가 무엇인지 하는 의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아사히신문은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해 북한 선수에 관한 보도를 자제했습니다. 일본 유도의 영웅 다무라 료코를 이긴 계순희 선수가 그 단적인 예인 셈이죠. 계순희는 일본에서는 대단한 뉴스거리라서 평소 같으면 지든 이기든 1면이나 사회면으로 갔을 겁니다. 그러나 이번엔 담담하게 스포츠면에서만 취급했습니다.

▽김〓이번 대회 진정한 금메달은 부산 시민들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여러 가지 열악한 여건아래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성공적 개최가 어려웠으리라는 점 때문일 것입니다.

▽마궈리〓CCTV는 2008년 올림픽을 대비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240명이나 되는 대규모 취재단을 파견했습니다. 대회기간동안 우리가 절감한 것은 베이징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첫째 조건은 베이징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의식이라는 점입니다. 우리 취재팀끼리도 이를 두고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만 부산 시민들의 헌신적인 협조는 정말 감탄할 만 했습니다. 우리가 올림픽 준비과정에서 집중적으로 홍보해야 할 내용이 바로 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다카구라〓올림픽이든 아시아경기든 자원봉사자는 대회 운영의 ‘신경’과 같은 조직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일선 현장에서 이들이 갖가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으면 대회 운영은 당장 엉망진창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특히 앞선 사회일수록 국제대회에서 자원봉사자의 역할이 더욱 커지기 마련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번 대회의 성공의 가장 큰 몫은 부산시민에게 돌아가야할 것입니다.

정리〓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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